5년 전 딸의 '그루밍 악몽' 멈췄던 시간 되돌려 배상받을 길 열렸다
5년 전 딸의 '그루밍 악몽' 멈췄던 시간 되돌려 배상받을 길 열렸다
딸의 '그루밍 악몽' 5년
'소멸시효 3년' 벽 허문 민법, 잠자던 권리를 깨우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모든 걸 회피했습니다. 이제 와서라도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5년 전, 초등학생 딸이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에 휘말리는 끔찍한 일을 겪었던 한 어머니의 절박한 질문이다.
2019년, A씨의 딸(당시 초등학생)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부터 협박을 당해 알몸 사진을 전송하는 등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A씨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개입해 더 큰 피해는 막았지만, 사건은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형사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A씨는 당시의 충격으로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가해자는 성인이 됐고, A씨는 뒤늦게라도 정의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생각에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소멸시효 3년’의 벽, 법은 어떻게 길을 열었나?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소멸시효'였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이 원칙대로라면 A씨의 권리는 이미 소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전혀 문제없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10월, 잠자고 있던 미성년 피해자들의 권리를 깨운 극적인 법 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욱 변호사(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는 "민법 제766조 제3항이 신설되면서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A씨의 딸이 만 19세 성년이 될 때까지는 소멸시효 계산이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동훈 변호사(클리어 법률사무소) 역시 "따님은 아직 미성년자이므로 법적으로 충분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본인뿐? 법원 "부모의 감독 책임도 물어야"
책임의 대상은 가해자 본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의 부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가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율)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였더라도 부모에게 감독자 책임을 묻는 청구가 가능하다"며 "실제 소송에서는 가해자 본인과 부모를 함께 피고로 지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조언했다.
자녀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법원이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가족의 시간, 엄마의 고통도 배상받을 수 있다
성범죄 피해는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간접 피해' 역시 법적 보호 대상으로 본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피해자인 따님은 물론, 그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어머니 역시 별도의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례는 성범죄 피해자의 부모나 형제자매 등 직계가족의 위자료 청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은 상처를 무디게 하기보다 오히려 책임의 무게를 더 절실하게 만들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정의 구현의 길은 법의 보호 아래 여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A씨가 이제라도 법적 대응을 통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진단이다.
다만, 승소를 위해서는 당시 형사사건 기록과 상담 자료 등을 확보해 피해 사실을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