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겠으면 내가 해 줄게" 유산 종용했던 아빠, 아이 죽음에 대한 책임은 징역 6개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못 하겠으면 내가 해 줄게" 유산 종용했던 아빠, 아이 죽음에 대한 책임은 징역 6개월

2021. 12. 23 13:25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교사범은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되지만, 방조범은 법정형 절반만

"안 하면 나 죽을 줄 알아" 협박하며 유산과 임신중절 강요했지만

'영아살해 교사'는 아니라고 봤다⋯징역 6개월

미혼 출산에 따른 양육의 어려움 등으로 엄마가 아기를 살해하는 사건이 비슷한 구조로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의 아빠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신생아 화장실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친모, 2심도 실형"


거의 똑같은 구조로 반복되고 있는 사건이 있다. 영아살해 사건이다. 미혼 출산에 따른 양육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살해했다는 것. 지난 한 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광주 PC방 영아살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사건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게 있다. 이 같은 범죄가 벌어지기까지 '아빠'는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등이다. 로톡뉴스는 위 '광주 PC방 영아살해 사건'의 아빠를 추적했다. 그 결과 남성의 행동 역시 아기를 직접 살해한 여성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성 A씨는 여성의 임신 기간 내내 임신중절을 종용했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압박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직접 행동하지 않았을 뿐, 책임이 더 가볍다고 볼 순 없었다. 그런 그에게 법원은 어떤 형벌을 내렸을까.


아이 낳기 전 "유산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해 줄게" 아이 낳은 뒤 "아무 데나 버려"

임신 당시 여성은 아기를 홀로 키울만한 방안이 없었다. 장애가 있었고, 직업은 없었다. 여성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계속해서 임신 중절과 유산을 종용했다. 평소 자신의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이용했다.


압박은 여성의 출산 '전날'과 '당일'에 가장 심했다. "나 피해 가게 하지 말아라", "네가 애를 낳으면 너랑 나랑 끝이다"라는 문자와 함께 자살 협박까지 했다.


"네가 유산을 빨리해야지 나도 사는데 나 연락 안 되면 죽은 거로 알아."


이런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꼭 유산시켜라. 못 하겠으면 말해. 내가 해 줄게."


출산 직후에도 A씨는 여성에게 아이를 버리라고 종용했다.


여성 : "어떻게 할까?"

A씨 : "못 키우니까 아무 데나 버려라. 안 버리면 키울 수 있냐."

여성 : "창문이 옆에 있다."

A씨 : "네가 알아서 해라."


여성이 창문 밖으로 아기를 던지려 한다는 걸 알고도, A씨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아기는 화장실 '창문' 밖으로 던져져 사망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은 통화, 문자메시지로 임신 중절과 유산을 종용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은 임신 중절과 유산을 종용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성은 이 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1심과 2심 모두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지난해 10월,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선고형을 결정했다. 검사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지난 1월 2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호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하며 징역 1년 6개월을 유지했다.


아이 죽음에 대해⋯엄마는 징역 1년 6개월, 아빠는 집행유예

이에 반해 남성 A씨는 여성의 절반도 되지 않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아이의 죽음에 있어서 남성의 책임도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였을까.


여성은 직접 범행을 저지른 책임(정범⋅正犯)을 졌지만, 남성은 단순히 이를 방조(幇助⋅범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수월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한 책임만 졌기 때문이었다. 방조범은 형법(제32조⋅제55조)에 따라 해당 혐의의 법정형 절반으로 형량이 깎인다.


사실 1심 당시 검찰은 'A씨가 여성과 비슷한 수위의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주위적으로 "A씨를 영아살해 교사(敎唆⋅범행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범으로 처벌해 달라"고 했다. 방조범과 달리 교사범은 형법(제31조)상 범행을 저지른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여성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 단순 방조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선고됐다.



남성 A씨는 재판에서 여성의 절반도 안 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남성 A씨는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고, 교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정 부장판사는 "A씨의 교사에 의해 여성이 범행을 결의(決意⋅굳게 마음을 먹음)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로 크게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①임신중절⋅유산 종용은 출산 전에 있었고, 이는 영아살해 범행의 내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②장애와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여성도 아기를 양육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A씨의 발언(알아서 해라)때문에 여성이 범행을 결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2심에서도 교사는 무죄, 방조는 유죄⋯다만 집행유예 대신 실형 선고

2심에서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교사는 무죄, 방조만 유죄였다. 다만 형량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서 실형 6개월로 올라갔다.


2심 재판부는 그 이유에 대해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됐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피해자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책이 방조범이긴 하지만 여성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에 비교하면 원심의 형량은 현저하게 불균형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실형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결국 교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기에, A씨에겐 여성의 절반도 되지 않은 형량이 선고됐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