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민원 들어줘" 양화대교 위 올라가 시위⋯엄청난 '교통체증' 책임은 고작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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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민원 들어줘" 양화대교 위 올라가 시위⋯엄청난 '교통체증' 책임은 고작 10만원?

2020. 09. 22 18:0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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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고공 시위' 처벌할 수 있는 조항 없어⋯대부분 경범죄 적용

22일 서울 양화대교에서 한 남성이 아치 위로 올라가 소동을 벌이자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평화롭던 양화대교 위로 경찰차와 소방차 수십대가 몰려들었다. 한 남성이 양화대교 아치 위에 걸터앉아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다.


휘발유가 든 통과 라이터를 가지고 올라간 50대 남성 A씨가 앉은 자리는 대교 위를 지나는 버스보다 높은 위치. 그곳에 올라간 이유는 과거 경찰서에 제기한 절도 관련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알려졌다.


A씨 구조를 위해 에어매트 등의 안전시설이 설치됐고 2개 차로가 통제됐다. 그러면서 양화대교를 중심으로 서울 서북부 주요 간선로의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 A씨. 그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준 것은 분명하지만⋯마땅한 처벌 조항 없어

일단, 이런 고공 시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인 것은 분명하지만 처벌하는 조항은 현재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경범죄(輕犯罪)를 적용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경범죄로는 노상 방뇨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이 있다.


당연히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6년, 충북 청주의 아파트 단지 내 50m 높이의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상의를 벗고 소리친 B씨는 벌금 1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21호(인근 소란)가 적용됐는데 악기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시끄럽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A씨가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한 남성이 양화대교 아치 위로 올라가 소동을 벌이자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한 남성이 양화대교 아치 위로 올라가 소동을 벌이자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실무적으로도 이런 고공 시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애매해 단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주변에 피해를 준 게 확실하지만,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면 처벌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14일에도 서울 성동구 응봉교 아치에 올라가 현수막을 걸고 9시간 동안 시위를 벌인 남성의 경우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이 적용됐다. 이때도 2개 차로가 통제되며 교통혼잡이 발생했지만 마땅한 처벌조항을 찾지 못해 경찰이 고육지책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방해죄는 왜 적용 못 할까

일반교통방해죄는 적용해 볼 수 없을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이 적용되려면 차량이 아예 다니지 못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난 2017년 건설근로자법 통과를 요구하며 서울 마포대교를 점거한 민주노총 사건의 경우 양방향 전면 통제됐었다.


이에 대법원은 "시위대를 동원해 약 1시간가량 마포대교를 점거해 차량 정체를 유발한 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즉, A씨의 경우처럼 일부 차선만 통제해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이번 A씨 사례가 '결과적으로' 교통방해가 초래됐다는 점이다. 교통방해죄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교통을 방해할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 고의를 인정하기 애매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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