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닌가?" 오늘 열린 조주빈 항소심⋯썰렁한 법정에 놀랐다
"여기가 아닌가?" 오늘 열린 조주빈 항소심⋯썰렁한 법정에 놀랐다
'범죄단체조직' 혐의받는 조주빈 등 n번방 사건 피고인들 항소심 공판
2심 재판부, 조주빈의 성착취·범죄수익은닉 사건 병합하기로

조주빈의 항소심 두번째 공판이 열린 9일 서울고법 서관. 입구에서부터 썰렁한 기운이 느껴졌다./박선우 기자
"방청권 추첨이요? 그러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첫 번째 공판 때도 자리가 많이 남았어요."
전날 재판 방청을 위해 서울고법 관계자와 전화를 했을 때부터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2020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n번방' 사건의 수괴(首魁) 조주빈의 2심 재판에 아무 경쟁 없이 입장할 수 있다는 말이 낯설었다.
항소심 두 번째 공판 당일인 9일 오전 서울고법에 도착하자 조주빈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는 정황이 확실해 보였다. 출입구는 지나치게 한산했고, 재판정 앞 복도는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1심 때는 출입구와 복도가 사람들이 가득 차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재판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재판이 열리는 장소를 잘못 찾았나' 싶어 몇 번이고 일정표를 확인했지만, 서울고등법원 417호 법정이 맞았다. 재판정 앞 "오늘의 공판안내"를 알리는 알림판에도 "조ㅇ빈" 이름 석 자가 뚜렷했다.
대법원 대법정 다음으로 크다는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가자, '줄어든 관심'이 더 느껴졌다. 1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법정엔 변호사와 기자를 포함해 방청객이 20명도 채 앉아있지 않았다.
오전 10시. 조주빈 등 6명의 피고인은 법원 직원들과 함께 일렬로 줄지어 등장했다.
그중 짧은 머리의 피고인들 사이로 어깨에 닿을 정도의 긴 머리 피고인이 눈에 띄었다. 숱 많은 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상태로 마스크를 껴 누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그 남성이 피고인석에 앉고 나서야 방청석 쪽으로 향한 얼굴 정면이 보였다. 조주빈이었다.
작년 이맘때, 귀가 전부 드러날 정도로 짧은 머리였던 조주빈. 하지만 지난 공판부터 옆 가르마를 탄 뒤 머리를 묶지 않고 늘어뜨린 장발 상태로 출석하고 있다. 시선이 아래를 향했던 대부분의 피고인들과 달리 조주빈은 간간히 판사나 정면을 쳐다봤다. 여러 차례 손으로 옆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부는 "(n번방 사건은) 범죄단체조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한 조주빈의 주장을 확인한 뒤, 다른 일당들의 항소 이유도 하나씩 확인했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각각 "억울하다"고 늘어놓은 변명이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란 인식이 없었다."
"양형이 너무 무겁고, 취업제한이 부당하다."
"범죄를 저지른 모든 시점에 심신미약이었다."
특히 이날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박영욱⋅황성미 부장판사)는 마지막 주장을 몇 번이고 되물었다. 지난달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조주빈 항소심을 맡은 형사9부 재판장 구성이 변경됐다.
재판부 : "본인이 심신미약이라 감경을 주장하신다는 거죠?"
변호인 :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 : "어느 범죄에서 그랬다는 건가요?"
변호인 : "다투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
재판부 : "늘상 심신미약이라 여러 범죄들을 전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질렀다는 건가요?"
변호인 : "네 맞습니다."
재판부 : "특정 시점이 아니고요?"
변호인 : "네."
이후에도 피고인들이 항소한 이유가 계속 나열되다가, 11시를 10분 정도 남겨두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나누어져 심리가 진행된 조주빈의 두 사건(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와 범죄수익은닉 혐의)을 하나로 병합하겠다고 밝혔다. 조주빈은 1심에서 각각 징역 40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재판부는 재판을 끝내기 전에 마지막까지 재판정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그들은 조주빈 일당의 범죄에 당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재판에 참석한 변호사들이었다. 모두 7명으로, 이날 재판에 참석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숫자였다.
다음 공판도 이렇게 무관심 속에 진행될까.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전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