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 후 스토킹·감금 '징역형'까지 가능한 전 연인 범죄
이별 통보 후 스토킹·감금 '징역형'까지 가능한 전 연인 범죄
전문가들 “스토킹·감금·폭행 등 복합 범죄 긴급응급조치·증거 확보 시급”
이별 통보하자 돌변한 전 연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잘못은 전부 본인이 해놓고 이제 와서는 저에게 오히려 화를 내며 ‘다 네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합니다. 저는 피해자인데 너무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이별을 통보한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과 감금 등 복합적인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한 여성 A씨의 절박한 호소다.
A씨는 1년 가까이 교제한 남자친구와 올해 9월 초 관계를 정리했다.
교제 기간 동안 상대의 반복된 외도, 성병 전파 사실 은폐, 심지어 불법 촬영 의심 정황까지 발견됐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런 사실들을 폭로했고, 이후 전 남자친구 B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B씨는 사과하겠다며 수차례 A씨를 찾아왔고, 연락이 차단되자 수십 통의 전화를 걸고 친구들의 휴대전화까지 동원해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했다.
공포는 현실이 됐다. 며칠 전 새벽, B씨는 A씨의 동의 없이 집 앞까지 찾아와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밖으로 나간 A씨의 손목을 강제로 잡고, 택배와 자전거를 빼앗아 이동을 막는 등 약 2시간 동안 A씨를 붙잡아두기까지 했다.
A씨는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 간신히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전 남친의 집착, 어디까지가 범죄인가?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가 단순한 ‘구애’나 ‘갈등’이 아닌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합리적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하고 집 앞에 찾아와 문을 두드린 모든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범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반복할 때 성립하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새벽에 집을 찾아와 손목을 잡고 2시간 동안 붙잡아 둔 행위는 더 중한 범죄로 이어진다.
법무법인 태강 정재영 변호사는 “손목을 강제로 잡은 행위는 폭행죄, 자전거를 탈취해 장시간 이동을 막은 행위는 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윤 변호사 역시 “새벽에 집 앞에 찾아와 문을 두드린 행위는 주거침입죄, 장시간 붙잡아 둔 행위는 감금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불법 촬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법적 대응,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권고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확보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통해 상대방이 더 이상 연락 및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호사들이 공통으로 꼽은 증거는 ▲수십 통의 전화가 찍힌 통화 기록 ▲차단 이후에도 온 부재중 전화 내역 ▲카카오톡·문자메시지 캡처 ▲집 앞 방문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문 두드리는 소리나 대화 녹음 파일 ▲상황을 본 이웃 등 목격자 진술 등이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경찰에 즉시 신고하고 보호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에 ‘긴급응급조치’를 요청하면,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명령을 즉시 내릴 수 있다.
이후 법원을 통해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잠정조치’나 ‘접근금지가처분’을 받아낼 수 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은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돼 실효성이 매우 높다”며 “가처분만으로도 가해자가 다시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NS 폭로, ‘명예훼손 역고소’ 괜찮을까?
한 가지 걸림돌은 A씨가 B씨의 잘못을 SNS에 폭로한 사실이다.
법률사무소 무율 김도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폭로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고,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며, 표현 방식이 정당행위의 범주에 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며 정교한 법리적 방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사례는 더 이상 ‘사랑싸움’이나 ‘치정’이라는 이름으로 묵과될 수 없는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는 실재하며, 법은 그 공포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두려움 속에 혼자 고통받기보다 법의 문을 두드리는 용기, 그것이 비극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열쇠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