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돌변해 폭언·폭행에 가스라이팅까지 한 남편, 이혼 가능할까
결혼 후 돌변해 폭언·폭행에 가스라이팅까지 한 남편, 이혼 가능할까
"피해자 코스프레" 몰아간 미술강사 남편
"가스라이팅도 심리적 학대로 이혼사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 7년 차에 미술학원 강사 남편의 폭언과 폭행, 가스라이팅에 시달려온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여성은 아이 앞에서까지 벌어진 폭력에 결국 집을 나왔지만, 오히려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소송이 불리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28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미술학원 강사 남편의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시달려온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세심했던 연인이 결혼 후 보인 두 얼굴
사연에 따르면 A씨는 결혼 7년 차로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미술학원 강사인 남편은 연애 시절 그림을 그리는 사람답게 세심했고, A씨가 말한 작은 변화도 잘 기억했으며 마음을 먼저 살펴봐줬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은 점점 이상해졌다.
"치마는 왜 입었냐", "화장은 왜 했냐", "잘 보일 사람 있냐"며 간섭했고, 친구를 만나러 가면 하루 종일 전화를 했다. 조금만 늦어져도 "누구랑 있었어? 남자라도 있었냐?"라며 추궁했다.
"피해자 코스프레 한다"…가스라이팅의 시작
처음 손찌검을 당한 건 아이 어린이집 행사 뒤풀이가 있었던 날이었다. 엄마들과 커피를 마시고 늦게 들어온 A씨에게 남편은 휴대폰을 던지며 화를 냈고, A씨가 "내가 허락받고 살아야 해?"라고 소리치자 팔을 잡고 벽으로 밀쳤다.
더 충격적인 건 남편의 반응이었다.
A씨가 울자 남편은 "피해자 코스프레 한다. 내가 때렸냐? 밀쳤지?"라고 했다. 그 후로도 남편은 "내가 다른 데서 화내는 거 봤어? 너 아니면 화낼 일이 없어", "다른 남자였으면 너랑 못 살았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A씨는 "하도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정말 제가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며 "나중에 알았다. 그게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이라고 전했다.
아이 앞에서 벌어진 폭력, 그리고 집을 나오다
결정적인 일은 아이 앞에서 벌어졌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집안 꼴이 뭐냐고 짜증을 내며 식탁을 발로 찼고,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남편은 A씨의 어깨를 밀쳤다.
A씨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고, 아이는 울면서 "아빠 자꾸 엄마 때리지 마!"라고 소리쳤다.
A씨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동안 몰래 녹음해 둔 파일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남편의 욕설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A씨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지만, 남편은 "부부 싸움 몇 번 한 걸 가정폭력으로 과장한다"라며 오히려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더 이상 이 결혼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소송으로 가면 저한테 불리해질 것 같다"고 조언을 구했다.
"가스라이팅도 심리적 학대"…유책배우자 이혼청구는 어려워
해당 사연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 홍수현 변호사는 "민법 840조 3호에서는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며 "혼인 관계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가 해당하고, 학대는 신체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적인 학대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라이팅은 심리적인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신체적 폭행이 없더라도 가스라이팅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심리적 학대에 해당하고, 이 사건처럼 폭언·폭행과 결합된 경우에는 제3호 사유로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먼저 이혼을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법 840조 6호에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부부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파탄의 원인이 이혼을 청구한 원고에게 있거나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무거운 경우에는 이혼이 어렵다"며 "이 사건처럼 남편이 아내에게 폭언·폭행·가스라이팅을 하였다면, 남편의 청구로 이혼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법 840조 각 이혼 사유는 독립된 이혼 청구가 원인이 되므로, 3호와 6호를 선택적·중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실무상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위자료와 입증 방법에 대해 홍 변호사는 "이혼 소송에서 유책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유책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 연령과 재산 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라이팅은 외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상 실무상 입증이 어렵지만, 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였다는 정신감정 의견서를 증거로 채택해 심리적 지배 사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남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대화 내역, 녹취록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와 상담 기록 등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