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가 집까지 따라들어와 저항했을 뿐인데, 폭행 맞고소로 지원 끊겨…'가해자' 된 사연
스토커가 집까지 따라들어와 저항했을 뿐인데, 폭행 맞고소로 지원 끊겨…'가해자' 된 사연
집주인의 스토킹에 저항하다 폭행 가해자로 몰린 여성 A씨
“스토킹 피해자인데, 왜 제가 가해자죠?”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40대 여성 A씨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다 하루아침에 폭행 가해자로 전락했다. 스토킹에 저항한 행위가 '가해'로 낙인찍히며, 정작 필요했던 공공 지원마저 끊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동현관 비밀번호 지워달랬더니…악몽의 시작”
A씨의 일상은 지난해 12월, 집주인인 50대 남성 B씨에게 보낸 문자 한 통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홀로 사는 여성 입장에서 불안했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지워달라는 정당한 요청이었지만, B씨는 이를 계기로 사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B씨의 집착은 도를 넘었다. 2시간 동안 37차례나 전화를 걸고, 응답이 없자 집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심지어 건물 CCTV로 A씨의 동선을 낱낱이 감시하며 외출할 때마다 따라붙는 소름 끼치는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 긴급조치도 무용지물…“스타벅스?” 26번의 조롱”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 4월 경찰에 B씨를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B씨에게 A씨의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법의 경고는 B씨에게 통하지 않았다. '스토킹'과 발음이 비슷한 "스타벅스?"와 같은 문자를 보내며 조롱하듯 연락을 이어갔고, 단 하루 만에 긴급응급조치를 26차례나 위반하며 A씨를 압박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맞고소와 함께 끊겨버린 지원”
급기야 B씨는 자신의 스토킹 행위 중 A씨가 저항하며 자신을 때리고, 감시용 CCTV 모니터를 부쉈다는 이유로 A씨를 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 맞고소는 A씨의 삶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더 황당한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A씨가 B씨에게 고소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서울시 스토킹 피해자 지원센터의 심리 상담이 중단된 것이다. 센터 측은 "피해자의 가해행위가 확인되면 지원을 중단한다"는 내부 매뉴얼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B씨가 집까지 따라 들어와 만남을 요구하고 강제추행을 하자 A씨가 B씨를 때리고 자신을 감시하던 CCTV 모니터를 스탠드 조명으로 부순 것뿐"이라 항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스토킹 피해자가 자신을 방어한 행위가 '가해'로 낙인찍히며 보호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결국 A씨는 폭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 등을 명하는 절차)됐다. 188차례에 걸쳐 스토킹을 저지르고 긴급응급조치까지 어긴 B씨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