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검사 실수 밝혀낸 1년차 새내기 검사의 패기, 8년 뒤엔 '제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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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검사 실수 밝혀낸 1년차 새내기 검사의 패기, 8년 뒤엔 '제도'가 됐다

2021. 01. 19 12:11 작성2021. 01. 20 14:08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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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2020년도 하반기 모범검사'로 선정된 남소정 서울동부지검 검사 인터뷰

초임 시절 일화 계기로 '태블릿 PC 면담' 제도 활성화

남소정 검사 "거악(巨惡) 보다는 매일매일 작은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

대검으로부터 '인권 보호'를 증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 하반기 모범검사로 선정된 남소정 서울동부지검 검사를 화상으로 만나봤다. /서초=조하나 기자

초임 검사 시절에 맡은 사건이었다. 얼핏 봤을 땐 '확실한 유죄' 였다. 사건 기록엔 "피의자가 자백했다"고 적혀 있었고, 하늘 같던 선배 검사가 구속까지 시킨 뒤였다. 그런데 피의자를 눈앞에서 마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경찰이 '자백하면 집에 돌려보내 주겠다'고 해서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나를 왜 안 풀어주는 겁니까?"


사실 구속된 피의자가 범행을 뒤늦게 부인하는 일은 흔했다. 그런데 이 외국인 피의자는 도저히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법리를 검토한 뒤 부장검사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보고했다.


"구속을 취소하고, 불기소 처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청주지검이 새내기 검사의 소신에 발칵 뒤집혔다. 당시 "부장검사님, 차장검사님, 검사장님까지 모두 깜짝 놀라셨다"고 남소정 검사(38⋅변시 1회)는 웃으며 말했다.


대검찰청 '2020년도 하반기 모범검사' 3명 중 1명으로 선정된 남 검사의 초임 시절 일화다.


2020년 하반기 모범검사 선정 이유 '태블릿PC 화상 면담 시스템'은 8년 고민의 산물

남 검사는 당시 "이 피의자를 풀어주겠다고 한 게 어느 정도의 파장을 일으킬지 몰랐다"며 "검토한 결과대로 보고했을 뿐"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검사의 구속이 곧 실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남 검사는 정반대로 "풀어주겠다"고 했고, 선배 검사의 결정까지 뒤집었으니, 내부적으로 당연히 파장이 컸다.


하지만 남 검사의 판단이 옳았다. 겁에 질렸던 외국인 피의자의 허위 자백이었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은 실수를 인정했고, 선배 검사도 "서류만으로 검토하다 보니, (경찰의 실수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남 검사에게 사과했다. 최종적으로 남 검사의 보고를 받은 대검찰청도 불기소 결정을 승인했다.


물론 뿌듯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남 검사에겐 '피의자에 대한 미안함'이 진하게 남았다. 피의자가 억울하게 갇혀 있어야 했던 기간 때문이었다.


'인권 침해 요소를 조금 더 빨리 발견해낼 수 없을까. 사건 기록을 서류만으로 검토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겠다.'


8년 뒤인 현재. 남소정 검사가 있는 서울동부지검의 업무 풍경은 확 바뀌었다. 영장전담 검사가 있는 검사실에 사건 기록이 들어올 때부터 '영상 통화용 태블릿 PC'가 함께 온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긴급 체포된 피의자와 화상 통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제도를 일선 검찰청에 최초로 도입한 게 바로 남 검사다. 이번에 모범검사로 선정된 결정적인 사유 역시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공로 덕분이었다. 도대체 어떤 제도일까. 남 검사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소정 검사의 아이디어로 태블릿 PC를 도입한 후 검사들의 화상 면담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남소정 검사의 아이디어로 태블릿 PC를 도입한 후 검사들의 화상 면담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Q. 화상 면담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도입한 것인가?

"기존에도 화상 면담 시스템 자체는 있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검사실에서 기록을 검토하다가도, (시스템이 설치된) 당직실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등 굉장히 불편했다. 접속 불량 등의 문제까지 있어서 사실상 아무도 활용하지 않았던 그런 제도였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인 유선 전화로 면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Q. 그렇다면 태블릿 PC를 도입한 결과 화상 면담률이 얼마나 늘었나?

"저희 청(동부지검) 기준으로 태블릿 PC를 도입하기 전에 제도 이용률은 0%였다. 한 건도 없을 정도로 굉장히 검사들도 불편해하는 제도였는데, 이제는 화상 면담률이 80%를 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수치다."


Q. '태블릿 PC'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처음 아이디어는 영장을 담당했던 수사관이 먼저 내줬다. 기존 시스템의 불편한 점을 일선 수사관도 (검사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해당 수사관이 '요즘은 태블릿 PC로 영상통화 많이 하는데, 우리도 활용하면 어떨까요?'라는 의견을 줬고 그래서 함께 준비하게 됐다.


차장 검사님, 검사장님 등 간부님들도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신 덕분에 진행할 수 있었다."


Q. 8년 전에도 이 제도가 있었다면, 선배 검사가 경찰의 실수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마음속에 '서면으로만 검토하면 놓치는 게 있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남았다.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계기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Q. 수사 기록을 '확인받는' 경찰 입장에서는 이 제도에 반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반감의 목소리가 없어서 오히려 굉장히 고마웠다. 오히려 굉장히 빠르게 협조가 됐다. 태블릿PC를 경찰에서도 구입해야 하니 예산적인 면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한 달 안에 다 구비가 돼서 감사하다."




Q. 실제 이 제도가 '운영되기 전'과 '운영된 이후'의 달라진 점이 있나?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동부지검에서 2019년도 기준으로 기각률이 18%였는데, 2020년도에는 13%로 감소했다. 동부지검의 모든 검사님들께서 영장 청구에 신중을 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최근 7년(2019~2013년)간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은 거의 항상 18%를 웃돌았다. 제일 낮았던 때가 2015년 17.8%였을 정도다. 거기서 5%나 개선된 것이다.


로스쿨 1기 졸업생이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바로 '이때'

재벌, 권력 등 부패한 곳을 도려내는 칼잡이. 가장 힘이 센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권력 기관. 언론에 주로 비치는 검사의 모습이다.


남 검사는 "(본인도) 검찰청에 실무 수습하러 가기 전까지는 검사를 그런 무서운 분들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히려 직접 만나보니 "너무나 소탈하고, 일반 공무원처럼 소시민들과 부대끼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거악보다는 매일매일 작은 정의를 실현하면서 살고 있구나.'


로스쿨 1기 졸업생, 남소정 검사가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다.


'로스쿨 1기' 졸업생인 남소정 검사.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에 대해 묻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라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로스쿨 1기' 졸업생인 남소정 검사.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에 대해 묻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라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Q. 검사는 '누군가를 엄벌하는 직업'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게 저도 언론에서 본 검사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 검찰은 갖가지 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고, 소년범의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시 누군가를 엄벌했을 때보다 사소하더라도 도움을 줬던 일이 더 기억에 남는다."


Q.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나?

"중학생이 도로에 방치된 자전거를 훔친 사건이었다. 축구 선수를 꿈꾸던 아이였는데, 어려운 형편에 축구화를 사고 싶어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 훈계도 하고, 법사랑(각 검찰청의 범죄예방 자원봉사 위원회)을 통해 개인적인 후원도 요청하게 됐다.


소년범의 재범률이 사실 높다. 그런데 이 아이는 제가 해당 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른 범죄로 입건된 적이 없었다. 소년범은 어른인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재범률이 크게 달라진다. 실제 조사할 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부모님을 검사실에 같이 불러서 훈계도 한 번 꼭 하고."


Q. '법사랑'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인 것 같다.

"사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단체다. 조금 더 홍보되고,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법사랑 위원은 해당 지역의 시민들로 구성된다. 이들이 검찰과 자매결연을 맺어서 법사랑 전담검사와 함께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식이다. 장학금 전달, 후원인 연결 등의 일을 법사랑 전담 검사와 함께한다."


지금의 의문 "왜 '양천 아동학대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 안 하나"

지난 15일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원 앞은 분노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로 있었던 남 검사는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며 "제도가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Q.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의 법 감정은 사법제도보다 더 빨리 발전한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들의 법 감정과 양형에 대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오직 피고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에 회부되는 건, 피고인만을 위한 제도 같다."


Q. 피고인 의사에 반할 때도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피해자와 검사가 모두 신청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국민의 양형 감정이 반드시 재판에 반영될 필요가 있는 사건이지 않으냐. 그런데 당연히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게 되고. 그러면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될 수가 없다."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행되는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Q.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를 1년 동안 맡았을 때 느낀 점인가.

"그렇다. 수원지검과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6개월씩, 총 1년 동안이나 전담을 맡았다. 그런데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적이 없었다. 보통 몇 건씩은 하는데, 이례적인 경우이긴 하다.


그때 느낀 점이었다. 검사가 피해자를 대변하는 사건 관계인이라고 한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남소정 검사에게 이번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묻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며 "제도가 보완되어야 할 점"이라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남소정 검사에게 이번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묻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며 "제도가 보완되어야 할 점"이라고 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Q. 지금 제도에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왜냐면 단순히 민사상 분쟁에 가까운, 아주 경미한 사건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재판부, 검사, 변호인, 배심원, 방청객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동안 온종일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 검사도 배심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생해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만든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건에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남 검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서울남부지검이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대국민 사과를 밝힌 날이기도 했다. 최초 기소 단계에서는 학대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다가, 이날 뒤늦게 적용하기로 하면서 밝힌 사과문이었다.


Q. 처음에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던 서울남부지검이 첫 재판 이후 살인죄 적용과 함께 사과했다.

"경외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분명 남부지검에서도 사전에 살인죄 적용 여부를 고민했을 거다. 그런데 검토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해준 게 존경스러운 부분인 것 같다.


사실 검사들이 국민들의 눈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들의 모습이 현실의 모습을 더디게 따라오고 있어서 오해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도 있다.


저부터 늘 사건 관계인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대하고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검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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