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초등생 홀린 '로블록스'⋯법으로 강제 차단 못 하는 이유는?
새벽 4시, 초등생 홀린 '로블록스'⋯법으로 강제 차단 못 하는 이유는?
가상 화폐 얻으려 밤새우는 초등생들, 학부모들은 차단 호소
폐지된 '셧다운제' 대신 도입된 '시간선택제'
해외·모바일 게임엔 무용지물

지난 8월 1일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첫 팝업 행사장 입구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까지 잠들지 않는 자녀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스피커폰을 틀어놓고 친구들과 단체 채팅을 하거나, 야단치면 자는 척하다가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게임 화면에 몰두한다.
전 세계 이용자 4억 명, 국내 이용자만 약 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거대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초등학생들의 새로운 '사회'가 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미국·유럽 시차에 맞춰진 이벤트
아이들이 굳이 새벽 3~4시에 깨어있는 이유는 로블록스의 가상 화폐인 '로벅스' 때문이다.
유승민 작가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이들이 유료인 로벅스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공식 이벤트를 노리는데, 이 시간이 미국이나 유럽 권역에 맞춰져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새벽 서너 시가 된다"고 설명했다. 가상 세계에서의 생존과 유행을 위해 아이들은 현실의 수면권을 포기하는 셈이다.
사라진 '강제 셧다운제'의 빈자리
학부모들은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원하지만, 법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과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일괄 금지했던 '게임 셧다운제'는 2022년부로 폐지됐다. 대신 '게임 시간 선택제(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설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시간 선택제'는 모바일 게임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으며, 로블록스와 같은 해외 게임사에도 적용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신중하게 검토 중이나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정부가 손을 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3일, 로블록스가 어린이들의 정신적·도덕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이에 어린이들이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편지 6만 통을 정부에 보내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차단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자기 조절 능력'
전문가들은 법적 강제성보다는 부모의 관리와 대화를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 함양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 로블록스 내 '자녀 보호 기능'을 활용하면 보호자의 기기에서 자녀의 '1일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거나 연령대에 맞지 않는 게임 참여를 막을 수 있다.
단순한 차단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사 협회 회장인 박유신 교사는 방송에서 직접 게임에 접속해 아이들과 대화한 경험을 전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무조건 '이거 하지 마'라기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좀 잘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대화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그 안에서 좋고 나쁨을 가늠할 수 있는 판별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가상 세계가 아이들의 일상이 된 상황에서 법이 모든 사각지대를 보호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부모와 아이가 함께 규칙을 세워가는 '디지털 동행'이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