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헌법의 환경권 조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학술] 헌법의 환경권 조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환경에 대한 30년 전 인식, 오늘날 인식과 괴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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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과 생태계 보전 등의 가치는 헌법에 담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 이미지 편집 김주미 기자
환경권은 1980년 제8차 개헌 때 헌법에 도입됐다. 이후 1987년 9차 개헌에서 환경권 조항을 좀 더 구체화하여 규정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35조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②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③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현행 헌법 제35조가 규정하고 있는 ‘환경’은 단지 자연환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널리 문화적·사회적 환경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환경권을 구체화한 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환경정책기본법’에서 말하는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의 범위를 뛰어넘는 의미다.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송기춘 교수는 2018년 8월, 세계헌법학회 한국학회의 ‘세계헌법연구’ 제24권 2호에 게재한 논문 ‘헌법상 환경권 조항의 개정론- 2018년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에서 이 문제를 논했다.
송 교수는 현행 헌법상 환경권 조항에 대한 개선 의견들을 살펴보고,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발의한 헌법개정안 중 환경권 조항에 대한 평가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해 3월 26일, 개헌안을 발의한 문재인 대통령은 제안이유에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면서 “30년이 지난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환경권 조항인 제35조와 관련해서도 오래전부터 사회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오늘날 가지는 환경권의 중요성에 비추어 환경권을 기본권이 아닌 국가목표조항으로 하자는 주장, 환경권을 구체적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환경의 지속가능성·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생명존중 또는 동물보호를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나, 환경문제의 새로운 차원인 기후변화 및 종의 다양성 보전 등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송 교수는 현행 환경법 조항의 문제점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로 ‘건강하고 쾌적한’이라는 표현으로 환경권의 요소를 설명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무엇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인지, 좀 더 확실한 내용과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환경권의 주체가 국민으로 되어 있어, 아무리 주체를 확대해도 동물을 배제한 채 인간 중심으로만 설정하게 되는 한계다.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관점이 인간 중심일 경우, 파괴적 측면이 동반되기 때문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끝으로 송 교수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나 이슈, 예를 들면 생태계 보전이나 종의 다양성,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이 헌법에 더 충실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발의된 정부 개헌안은 일부 조항을 신설하거나 통합·삭제함에 따라 환경권은 제38조에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제38조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 정한다.
② 국가와 국민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③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발표되자 환경 관련 단체 및 학계에서는 여러 비판적인 견해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정부 개헌안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반대 견해들을 반박했다.
먼저 “헌법 전문의 미래세대 문구를 국가의 환경보전 의무조항에 넣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문구를 전문에 넣었다고 해서 환경에 대한 현 세대의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문제가 도외시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환경권을 ‘국민’의 권리에서 ‘사람’의 권리로 바꿔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본권 주체를 국민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환경권 내용에 관한 법률위임조항은 삭제되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는데, “법률위임조항이 환경권을 추상적 권리로 보는 결정적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법률위임조항을 없앤다고 하여 환경권을 구체적 권리로 보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가와 국민의 환경보호 의무를 구분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항의 해석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의무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보였다.
“동물보호 조항은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보호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송 교수는 “모든 생명존중과 보호를 헌법에 규정할 경우, 자연의 개발과 이용에서 개발자와 생명의 이해관계의 충돌이 상시화되므로 구체적 법률 제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고된다”면서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송 교수는 “기본권으로 되어 있는 환경권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함께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명시적으로 헌법에서 확인하는 것이 환경권 보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생명존중과 생태계 보전 등의 가치는 헌법에 담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차 강조하는 한편 “적어도 지각적 존재라 할 수 있는 동물은 일반적인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여 생명존중의 기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