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신상털이' 유튜버 선고 돌연 미룬 판사…"지켜보겠다" 의미는?
밀양 성폭행 '신상털이' 유튜버 선고 돌연 미룬 판사…"지켜보겠다" 의미는?
무관한 4명까지 신상 공개해 검찰 징역 2년 구형
판사 "가족사진 왜 계속 올리냐" 질타

밀양 집단성폭행 가해자라며 무관한 인물 사진까지 공개한 유튜버의 선고가 연기됐다. /연합뉴스
선고를 앞둔 법정, 판사가 피고인에게 쓴소리를 쏟아내더니 돌연 선고를 미뤘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뿐만 아니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사진을 게시한 40대 유튜버 A씨의 재판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풍경이다. 판사의 경고는 단순한 기회를 넘어, 피고인의 형량을 좌우할 수 있는 무거운 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판사는 왜 분노했나
지난 21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법정.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밀양 사건 가해자라며 11명의 신상을 공개했고, 이중 4명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한 상태였다.
황방모 판사는 선고를 시작하는 대신 A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사건 관련자들의) 가족사진을 계속 띄워놓는 거냐." A씨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항변하자, 황 판사는 "모자이크해도 가족사진을 올린 것"이라며 "눈 지워 놓으면 기분이 좋겠냐"고 질타했다.
A씨의 변명이 이어지자 황 판사는 "오늘 선고하지 않겠다"며 "다음 선고 기일까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겠다"고 경고했다.
판사의 '선고 연기', 어떤 의미인가
법원이 이미 예정된 선고를 미루고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단순한 일정 조정을 넘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법적 의미를 갖는다.
1. 반성의 진정성 확인하려는 '마지막 시험대'
판사의 경고는 A씨에게 반성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진지한 반성'은 형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만약 A씨가 다음 선고 기일까지 영상을 삭제한다면 이는 '반성의 정황'으로 인정돼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경고를 무시한다면, 법원은 A씨의 반성을 거짓으로 판단하고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2. '사적 제재' 위험성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 경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적 제재'의 위험성이다. A씨는 정의 구현을 내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4명의 신상을 공개했고, 심지어 가해자들의 가족사진까지 게시했다. 이는 또 다른 무고한 피해자를 낳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판사의 경고는 "아무리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라도, 복수는 법의 이름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개인이 정의의 심판자를 자처하며 무분별하게 신상을 터는 행위는 또 다른 폭력이며, 사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3. '재범 위험성' 판단하는 근거
법원의 경고를 따르는지 여부는 A씨의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판사의 직접적인 경고마저 무시하고 영상을 유지한다면, A씨는 사회의 법 규범을 존중할 의사가 없으며 언제든 유사한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실형 선고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결론적으로, 판사의 '선고 연기'는 A씨에게 던진 마지막 동아줄인 동시에, 그 줄을 잡지 않을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겠다는 엄중한 경고다. A씨의 선택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