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공문입니다" 가짜 법원 사이트로 2주간 모텔에 갇힌 충격적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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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공문입니다" 가짜 법원 사이트로 2주간 모텔에 갇힌 충격적 수법

2025. 06. 27 16:3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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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가짜 법원 홈페이지·검찰 공문으로 피해자 속여

"김민수 검사·김성욱 금감원 과장" 역할 분담해 심리 조작

모텔서 2주간 감시·반성문 강요하며 1억 6천만원 털어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6일 방송 장면.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한 달 전, 피해자 A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2주간 지옥으로 만들었다.


"법원에서 등기 우편물을 발송하려고 하는데, 집에서 받으실 건지 인터넷으로 열람하실 건지 선택해 주세요."


"대검찰청 총장 심우정" 서명까지⋯정교한 가짜 공문의 위력

손수호 변호사(법무법인 지혁)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넷 열람을 선택한 A씨에게 법원 등기 열람 주소를 알려주고, 사건번호를 입력하라고 시켰다"고 설명했다.


A씨가 알려준 주소에 접속하자 실제 법원 홈페이지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가짜 법원 사이트가 나타났다. 사건번호를 입력하자 화면에는 충격적인 '검찰 공문'이 떴다.


공문에는 A씨의 실명과 주민번호 앞자리까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심지어 '대검찰청 총장 심우정' 서명까지 들어있는 정교한 위조 문서였다. 내용은 A씨가 대포통장과 불법 자금세탁 사건에 연루됐으니 스스로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김민수 검사'와 '김성욱 과장'의 치밀한 역할 분담

이어 '사이버수사팀장 김민수 검사'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김민수는 보이스피싱에 자주 등장하는 가명이다. 2020년 보이스피싱을 당한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에서도 범인들이 사칭한 이름이 바로 김민수 검사였다.


가짜 김민수 검사는 A씨를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이 사건에 엠바고가 걸려 있어서 주변에 말하면 안 된다. 혹시라도 말이 새 나가면 영장 청구해서 구치소에 보내고 가족과 직장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 입증을 위한 보호 관찰 절차다. 휴대폰 공기계 하나 사서 옆에 있는 모텔로 가라."


A씨는 지시대로 새 휴대폰을 구입하고 모텔로 향했다. 이는 스스로를 감금 상태로 만드는 '셀프 감금' 수법이었다. 물리력이 아닌 말로 속여서 피해자가 스스로 갇히게 만드는 교묘한 방식이다.


모텔에서 A씨는 '팀뷰어 호스트'라는 휴대전화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도록 지시받았다. 사건 내용 유출 확인용이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휴대폰을 실시간 감시하고 수발신 내역을 조작하는 악성 앱이었다.


이때 또 다른 인물인 '금감원 김성욱 과장'이 등장했다. 김민수 검사가 온정적인 역할을 맡았다면, 김성욱 과장은 A씨를 타박하며 압박하는 악역을 담당했다. "A씨 때문에 내가 일도 많아지고 곤란하게 됐다"며 귀찮은 티를 내면서도 "일정 기간 협조하면 신원보증서를 발급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2주간 반성문 수십 장⋯완전한 심리 지배 상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결국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모텔에 머물렀다. 범인들은 기상, 취침, 식사까지 모든 일상을 허락받도록 했다. 허락 없이 휴대폰을 사용하려 하면 "구속되고 싶냐"며 협박 전화가 왔다.


심리를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 반성문을 수십 장씩 쓰게 만들었다. 외부와의 접촉은 완전히 차단됐다. 이렇게 2주간 A씨는 완전한 통제 하에 놓였다.


"정부 안전계좌"로 1억 6천만원 송금⋯대출까지 강요

완전히 장악된 A씨에게 이제 본격적인 금전 요구가 시작됐다. "A씨의 계좌를 통해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으니 정부의 안전계좌로 현금을 모두 옮겨야 한다. 조사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A씨는 예금뿐만 아니라 주식까지 모두 팔아서 송금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은행에도 공범이 있으니 수사상 협조가 필요하다"며 연 12.7% 이율로 6,140만 원을 대출받도록 강요했다.


결국 A씨는 총 1억 6천만 원을 송금했다. 모든 돈을 보낸 후에야 "보호관찰이 해제됐다"는 통보를 받고 모텔에서 나올 수 있었다.


A씨는 신원보증서를 받기 위해 금감원을 직접 방문했다가 비로소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주간의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점점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들

최근 보이스피싱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카드 대금이나 세금 연체를 빌미로 한 링크 클릭 유도 ▲이벤트 당첨이나 세금 환급을 미끼로 한 개인정보 탈취 ▲은행 서비스나 대출 상품을 빌미로 한 전화 연결 유도 ▲SNS 정보를 이용한 자녀 납치 사기 ▲부동산 매물 관련 서류 발급 명목의 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손 변호사는 특히 "금감원이라는 팝업창이 뜨면서 금융거래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는 것은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경찰이든 검찰이든 금감원이든 은행이든 전화로 개인정보나 돈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일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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