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땐 만족한다더니 '망한 타투'라며 수백만원 요구, 고소 협박까지
작업 땐 만족한다더니 '망한 타투'라며 수백만원 요구, 고소 협박까지
진단서 없는 '타투 불만족'
제거비 요구는 '공갈죄' 될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분명 작업 직후엔 만족한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망한 타투’라며 수백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소정의 재료비만 받고 타투 모델 작업을 해준 비기너 타투이스트 A씨는 고객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A씨는 최근 자신의 실력을 알리고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작업해주는 ‘타투 모델’을 구했다. 지원한 고객 B씨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작업을 진행했고, B씨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서 색상과 디테일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작업이 끝난 직후 B씨는 “마음에 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났을까.
B씨는 돌연 “타투가 망했다”, “피부 손상이 왔다”고 주장하며 A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A씨는 타투가 아무는 과정에서 딱지가 생기고 각질이 벗겨지는(탈각)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기다려보자고 설득했지만, B씨의 불만은 수백만 원의 ‘제거 비용’ 요구와 “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으로 번졌다.
진단서도 없는데 고객은 뭘로 A씨를 고소할 수 있나?
B씨는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피부 손상이나 염증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받지는 못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객관적 증거 없이는 A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아람 변호사는 “고객이 형사고소를 한다면 상해죄나 사기죄를 주장할 수 있지만, 병원 진단서가 없어 실질적 손해가 입증되지 않으면 상해죄 성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실제 작업을 진행했고 고객도 당시 만족을 표시했으므로,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죄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덧붙였다.
민사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한병철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쪽이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며 “단순한 디자인 불만족은 법적 손해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고객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요?”
오히려 전문가들은 B씨의 행동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학적 근거 없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고소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는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민기 변호사는 “객관적 손상 증거 없이 단순히 디자인 불만족을 이유로 수백만 원의 제거비용을 요구하며 고소를 협박하는 것은 공갈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기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을 공갈 및 스토킹으로 고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악의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접근금지명령 신청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A씨에게 고객과의 모든 대화 내용, 문자, 통화 기록을 증거로 확보하고 섣불리 합의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타투이스트의 가장 큰 약점, ‘무면허 의료행위’
다만 A씨가 완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타투 시술 자체의 법적 지위 때문이다. 현행 대법원 판례는 타투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하면 불법으로 간주되는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조은 변호사는 “타투 시술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행위로 간주되어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고객이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의 손해배상 주장과는 별개로, A씨의 시술 행위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셈이다.
A씨는 B씨의 ‘망한 타투’ 주장에서는 법적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더 큰 덫에 걸릴 위험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당한 요구에 끌려다니기보다,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법률 전문가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A씨의 불안은 단순한 고객과의 갈등을 넘어, 예술과 의료의 위태로운 경계에 선 국내 타투이스트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