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모실 공사비"라더니 아들 치과비 결제…신도 돈 꿀꺽한 사찰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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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모실 공사비"라더니 아들 치과비 결제…신도 돈 꿀꺽한 사찰 총무

2026. 05. 27 20:0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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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절에 보시한 것" 변명

법원 "용도 속인 명백한 사기" 벌금형 확정

사찰 공사비 명목으로 신도에게 돈을 빌린 뒤 생활비로 쓴 전직 사찰 총무에게 벌금 400만 원이 확정됐다. /셔터스톡

사찰 공사비 명목으로 신도의 돈을 빌려 생활비로 쓴 전직 사찰 총무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구 동구의 한 사찰에서 총무로 일하던 A씨. 그는 지난 2020년 2월, 같은 절에 다니던 신도 부부에게 은밀한 부탁을 건넸다. "미륵전 공사에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비 수익이 들어오면 곧바로 갚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신앙심 깊은 부부는 A씨의 말을 믿었다. 남편과 아내는 미륵전 공사비, 불기(불교용품) 구입비, 벽화 작업비 등 사찰의 굵직한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A씨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렇게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4차례에 걸쳐 건너간 돈만 총 580만 원이었다.


A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신도회 총무를 맡고 있는데 따로 내역서를 챙기기 어려우니, 신용카드를 주면 신도회 관련 비용으로만 쓰겠다"며 부부의 신용카드까지 건네받았다.


하지만 부처님을 위한다던 A씨의 약속은 모두 거짓이었다.


벽화 그린다며 300만원 빌렸지만 벽화는 없었다


A씨가 신도 부부에게 빌린 돈의 행방은 사찰이 아닌 '개인 생활비'였다.


미륵전 공사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빌린 A씨는 며칠 만에 이 돈을 통신비, 전기요금, 편의점 결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탕진했다. 벽화를 그린다며 300만 원을 추가로 빌렸지만, 정작 벽화 공사는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신도회 운영비로 쓰겠다며 받아 간 신용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드를 건네받은 바로 다음 날, A씨는 자신의 아들 치과 치료비로 200만 원을 긁었다. 약속과 전혀 다른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한 피해자 부부가 황급히 신용카드 한도를 줄여야 했을 정도였다.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그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사찰에 보시한 것"이라며 "차용 당시에는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갑자기 사찰 총무직을 박탈당해 갚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도 속여 빌린 돈은 사기"…법원, 벌금 400만원 확정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1심과 2심 모두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보시' 주장을 일축했다.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이 법정에 출석해 "보시를 받는 경우 사찰 명의 계좌로 받지, 개인 계좌로 받는 경우는 없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만약 피해자들이 절에 돈을 빌려준 것이라면, A씨가 총무를 그만둘 때 장부를 후임자에게 인계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갚을 마음이 있었다"는 변명 역시 통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차용금의 실제 용도는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활비로 쓸 것'을 알았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텐데, '사찰 공사비'라고 용도를 속여 돈을 받아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1심의 벌금 400만 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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