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면 죽는다"는 신체 포기각서, 정말 법적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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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면 죽는다"는 신체 포기각서, 정말 법적 효력 있을까

2020. 12. 07 15:26 작성2020. 12. 07 16: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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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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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증도 받은 신체 포기각서, 법적 효력 있을까

공증으로 법적 구속력 생기지만⋯신체 포기각서는 민법상 '무효'

KBS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는 남편이 아내와 결혼하면서 공증을 받은 신체포기각서를 준다. 이런 각서는 정말 법적인 효력을 지닐까. /KBS 캡처

아내는 범죄 소설 작가다. 평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사람을 어떻게 죽일까"다. 소설 구상 때문이라지만 남편에게 때때로 "제거할 사람 있으면 말해달라. 내가 죽여주겠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아내는 칼을 능숙하게 다룬다.


이렇게 살벌한 아내지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 프러포즈 당시 '신체 포기각서'까지 줄 정도였다. "바람을 피우면 자기 신체 전부에 대한 권리를 아내에게 넘긴다"는 내용이다. 그는 '공증'까지 받은 각서라고 강조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남편의 말을 신뢰한 아내는 "네 목숨 정말 내 거냐"라고 확인하고 결혼을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한 뒤 남편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웠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다룬 내용이다. 각서의 내용대로라면 남편의 외도가 발각되는 순간, 아내는 남편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일일까? 만약 '공증'까지 받은 각서라면 신체 포기각서도 법적 효력이 있는 건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각서와 공증받은 각서의 차이⋯공증을 받으면 각서에 '법적 구속력' 생겨

일단 '공증'을 받은 각서가 그렇지 않은 각서보다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는 "공증을 받게 되면 '법적 구속력'이 부여된다"고 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로톡 DB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각서는 당사자들의 약속을 적은 문서다. 그 내용의 진실 여부는 당사자만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때 공증인에게 공증을 받으면 각서는 '제3자가 증명한 문서'가 된다. 박 변호사는 "공증은 해당 문서가 진정성 있게 작성됐다는 제3자의 증명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각서의 적법 여부를 떠나 당사자들의 합치된 의사를 바탕으로 성립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①아내와 남편은 신체 포기각서에 대해 합의했으며 이를 ②제3자가 확인(공증)한 것이 된다. 설령 남편이 그러한 내용의 각서를 쓴 적이 없다고 부인해도 소용이 없다.


이렇게 공증을 하면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아도 각서 내용대로 집행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공증을 받게 되면 소송을 하는 절차를 생략한 후 바로 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어 훨씬 간단하고 시간이 단축된다"고 했다.


신체 포기각서는 우리 민법상 무효⋯각서 내용대로 했다가 형사 처벌될 수 있어

하지만 공증받은 모든 각서가 그러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진규 변호사는 "각서가 사회의 미풍양속에 반하고 반사회적인 경우에 해당하면,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가 된다"고 했다.


KBS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 속 신체포기각서는 정말 법적인 효력을 지닐까. /KBS 캡처
KBS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 속 신체포기각서는 정말 법적인 효력을 지닐까. /KBS 캡처


변호사들은 신체 포기각서가 이러한 '무효'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무효인 각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박지혜 변호사는 "드라마 속 각서의 내용 자체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겠다는 요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신체 포기각서는 법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공증을 받는 것도 어렵다. 하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공증을 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변호사도 "실제로 공증 업무를 수행해 주시는 공증인들이 실무상 이러한 문서의 공증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 사실을 눈치챈 아내가 각서를 바탕으로 남편에게 약속을 이행하라고 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형사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신체를 포기하라는 주장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요구며, 오히려 형법상 협박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도 "(드라마 속 아내가) 만약 남편의 신체를 폭행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경우 오히려 아내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즉, 드라마 속 신체 포기각서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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