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맹물 넣은 것도 아동학대"라는 경찰의 주장, 변호사들은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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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에 맹물 넣은 것도 아동학대"라는 경찰의 주장, 변호사들은 '갸웃'

2020. 12. 03 13:42 작성
성소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o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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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동학대 혐의'로 유치원 교사 입건 "맹물이라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

변호사들 "맹물이라면 아동학대 혐의 적용 어려워⋯성분에 따라 달라질 것"

한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 급식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넣어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면서 액체의 '위해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행동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는데, 변호사들은 이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맹물이더라도 관련법상 학대에 해당한다."


서울 금천구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 급식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넣은 교사를 입건하면서 경찰이 한 말이다. 사건은 교사 A씨가 아이들 급식에 비밀스럽게 액체를 넣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면서 수사에 들어갔다.


교사 A씨는 "급식에 넣은 것은 맹물"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로 입건했다. A씨가 넣은 액체의 위해(危害)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날짜, 시간대별로 (A씨가) 어떤 위해 행동을 했는지 분석할 것"이라며 강한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정말 A씨가 급식에 넣은 것이 '맹물'이라도 아동학대인 걸까. 로톡뉴스가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경찰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들었다. 교사 A씨의 주장대로 넣은 액체가 '맹물'이라면 아동학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말이 틀린 것일까.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경찰 "맹물이라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 vs. 변호사들 "맹물이면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

변호사들은 액체가 '맹물'로 밝혀지면, A씨를 아동학대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봤다. 경찰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나란'의 최지연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나란'의 최지연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 DB


법률사무소 나란의 최지연 변호사는 "액체가 순수한 맹물이라면, 교사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액체를 넣은 행위로 인해 어떠한 위험성이나 결과를 초래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액체의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유였다.


A씨가 급식에 액체를 넣은 행위 자체를 아동학대로 볼 수는 없고, '실제로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지연 변호사는 "결국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김정훈 변호사는 "어떤 액체인지 규명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액체를 넣은 행위만 가지고 아동학대로 판단하는 것은, 유추해석 혹은 확장해석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란 "어떤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선,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수사기관이 법에도 없는 내용으로 수사 권한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기소 절차는 검찰이 최종적으로 담당하지만, 경찰 단계에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면 기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합당한 처벌이 나오는데 장애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단계부터 법 조항을 제대로 적용하는 게 좋다.


맹물이 아니더라도, '인과관계' 입증 안 되면⋯아동학대로 처벌하기 어렵다

다만, A씨가 넣은 액체가 맹물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교사 A씨가 넣은 급식을 먹은 아이들은 총 11명. 이 중 일부 아이들은 복통과 설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액체의 성분이 아이들의 복통과 설사를 유발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아동학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최지연 변호사는 "A씨가 넣은 액체가 오염된 상태거나, 특정 성분이 섞여서 복통과 설사를 유발했다면 '아동학대'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복통 또는 설사를 유발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된다면 아동복지법에서 말하는 '아이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칠 수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변호사도 "액체의 성분이 건강에 별다른 해가 없는 것이라면 아동학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면, 맹물이 아니더라도 비타민과 같은 것을 섞은 것이라면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로 보기 어려워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액체의 성분이 수면제라면, 아동복지법에서 요구하는 '위해'의 수준에 미달한다고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열린다. 상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수면제를 먹여 잠이 들게 한 경우 법원은 '상해'로 판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외 적용할 다른 혐의는 없을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수상한 액체의 정체. 국과수의 분석과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은 "아무것도 확인이 안 되니, 답답할 뿐"이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호소했다.


A씨의 이같은 수상한 행동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김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상 업무 방해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 법은) '못된 장난 등으로 다른 사람, 단체 또는 공무수행 중인 자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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