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청소년이라 금방 풀려나"…영화 '박화영' 흉내 낸 가출팸, 항소심 판사의 꾸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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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청소년이라 금방 풀려나"…영화 '박화영' 흉내 낸 가출팸, 항소심 판사의 꾸짖음

2026. 08. 19 14:4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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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으로 성매매 남성 유인 후 모텔 덮쳐

1900만원 갈취한 10대들

채팅 앱으로 성매매 남성을 유인해 협박하고 돈을 갈취한 10대 가출 청소년들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영화 '박화영' 포스터. /씨네21

"아저씨는 경찰서 가면 콩밥 먹어야 된다. 우리는 청소년이어서 금방 풀려나는데, 아저씨는 안 그렇지 않냐?"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성매매 남성을 유인한 뒤 모텔 방을 덮친 10대 가출 청소년 무리. 이들은 알몸 상태의 피해자를 에워싸고 무릎을 꿇린 뒤 이같이 조롱하며 돈을 요구했다.


비행 청소년들의 어두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렸던 영화 '박화영'. 현실의 가출 청소년 6명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른바 '조건사기' 범행을 그대로 모방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청소년이라 금방 풀려난다"며 자신만만했던 이들의 범행은, 결국 2심 재판부의 준엄한 꾸짖음과 함께 실형이라는 무거운 죗값으로 되돌아왔다.


영화 모방해 '조건사기' 설계…알몸 사진 찍고 가족 연락처로 협박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씨 등 6명은 가출 청소년 무리로 '앙챗', '즐챗' 등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범행 도구로 삼았다. 여성 피고인이 20대 여성으로 행세하며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을 모텔로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맡았다.


범행 수법은 계획적이고 대담했다. 모텔 방에 들어간 피고인이 "먼저 샤워를 하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 일행에게 방 호수를 문자메시지로 알리면, 복도에서 대기하던 남성 피고인들이 샤워 중인 피해자가 있는 방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든 채 피해자를 에워싸고 폭행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곤 "성매매 하러 온 애가 미성년자다", "경찰서에 신고할 테니 알아서 해라"라며 협박을 시작했다.


특히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부모나 지인의 연락처를 확인한 뒤 "엄마 아빠가 성매매 하러 온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라며 성매매 사실을 폭로할 것처럼 으름장을 놨다.


겁에 질린 피해자들에게 대출까지 강요한 이들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1,9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


1심은 전원 집행유예 선고…그러나


지난 2022년 11월,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민규 판사는 피고인 6명 전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선처했다.


이들이 모두 소년범인 데다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대구지법 제1형사부, 재판장 이상균)의 시선은 1심과 달랐다.


범행을 주도한 A씨와 B씨에 대해서 1심의 집행유예를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대담하며, 상당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겁에 질린 피해자의 모습 내지 지인들의 연락처를 사진 찍어 협박하는 등 악의적"이라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분노한 지점은 이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범행 초기였던 2021년 2월, 피해자들의 신고로 경찰관에게 검거되어 조사를 받고 귀가 조치되었음에도 "거리낌 없이 계속하여 동일 범행을 이어나갔다"며 재판부는 높은 비난 가능성을 꼬집었다.


게다가 주동자인 A씨와 B씨는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자중하지 않았다.


A씨는 중고거래 사기와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폭행 상해를 연달아 저질렀고, B씨 역시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 번호판을 떼어 부정 사용하는 등 추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동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결국 "청소년이라 금방 풀려난다"고 호언장담했던 피고인 A씨는 징역 장기 1년 2개월·단기 10개월을, 피고인 B씨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죗값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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