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2명 추방" 통일부 발표 속 오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북한 주민 2명 추방" 통일부 발표 속 오류

2019. 11. 07 18:45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

'추방'은 외국인에만 적용 가능한데⋯범죄자여도 "적절치 못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일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했다. 북한 어선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람들이었다. 통일부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들어올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통일부가 사용한 '추방'이란 용어가 문제가 됐다. 우리 헌법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통일부가 외국인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인 '추방'을 북한 주민에 썼다는 비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 사람을 북쪽으로 보낼 때 '추방했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의 공식 발표 "북한으로 '추방' 하였습니다"

통일부는 7일 오후 "지난 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이날 오후 3시 10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발표자는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었다. 그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들어온 북한 선박을 나포했고 배 안에 있던 북한 주민을 2명을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지난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전달했으며, 북측이 6일 인수 의사를 확인해왔다"며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 주민을 이날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모 언론사가 촬영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폰 문자 사진을 정진석 의원이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 3조에 근거하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

추방(追放⋅강제퇴거)이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강제로 해당 외국인의 거주 국가로 내쫓는 행위"를 말한다. 외국인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다. 통일부가 "북한 주민을 추방했다"고 한 말을 두고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전제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헌법이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르면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고 거기에 사는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의 지위를 갖는다.


대법원도 이런 근거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서 규정하는 강제퇴거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북한 주민인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한 경우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심지어 국제법에서는 내국인의 국외 추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이 1948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제9조)에 '추방당하지 않을 권리'가 들어간 이후로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내국인을 추방하는 제도는 자취를 감췄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만 추방 가능" 대법원 판단과도 불일치

우리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진 북한 주민을 우리 정부가 강제퇴거(추방)를 할 수 있는지 판단했다. 당시 재판장을 맡은 김석수 대법관은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를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확실한 외국인만 추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김 대법관은 이어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친다"며 "설령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그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월 2일 동해로 예인한 북한 주민 2명은 15시 20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였습니다'라고 적힌 문자를 전달받은 뒤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해상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에 의한 범죄⋯재판 넘겼어야

이런 이유에서 형사법 전문가들은 "살인을 저지른 북한 주민들을 우리 형법을 적용해 처벌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 해역에서 우리 국적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범죄라는 근거에서다.


정부가 북한 주민을 추방한 선례나 추방과 관련한 법률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도 이런 주장은 힘을 받았다. 범죄자의 국외 추방은 보통 국가 간 '인도조약'을 통해 이뤄지는데, 남북 간에 그런 조약은 없다.


정부 관계자 역시 이날 이런 지적을 수용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북송은 전례가 없었던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안에 적용할 규정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관련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