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진웅의 독직폭행' 혐의를 입증하고 싶은가, 아니면 덮고 싶은가
검찰은 '정진웅의 독직폭행' 혐의를 입증하고 싶은가, 아니면 덮고 싶은가
실수 인정되면 고의성 사라져 독직폭행 혐의 벗는데⋯
정진웅 혐의 입증해야 하는 검사는 "실수였냐"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정진웅)가 현직 검사장(한동훈)을 바닥에 눕혀 폭행했다는 혐의로 열린 '독직폭행' 재판. 사건 자체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재판마저도 '요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늘(5일)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인 정진웅 현 차장검사(광주지검)의 혐의를 입증해야 할 공판 검사는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했다. 한 차례도 아니고 여러 차례 혐의 입증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어떤 장면에선 오히려 정진웅 차장검사를 변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검사가 '검사 역할'을 하지 않자, 재판장이 그 역할을 대신 도맡았다. 변호인의 발언에 검사가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재판장이 나서서 "아무리 반대신문이라도 그런 질문은 좀"이라며 변호인을 만류했다.
형사 재판의 기본은 검사가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람의 혐의를 입증한다는 데 있다. 검사가 주로 "죄가 있다"고 공격하고, 이를 피고인의 변호인이 "죄가 없다"고 방어한다.
주로 검사들이 매섭게 몰아세우면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장이 만류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그 반대로 진행됐다. 검사는 혐의 입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변호인의 일방적 주장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정진웅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 위에 올라탄 순간에 대한 검찰 측 질문에 압축적으로 나타났다.
검사 : "(정진웅 차장검사는) 실수로 넘어진 것 같았나, 아니면 그렇지 않았나?"
증인 : "그거 잡으려다가 쏠려서 그랬으니까, 실수라고 보기에는⋯"
검사 : "아, 실수다?"
재판장 : "증인, 말을 마무리하셔야죠.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말인가요?"
증인 : "예 그렇습니다."
검사는 증인의 대답을 믿기 어려워서 비꼰 게 아니었다. 그보다 검사가 증인에게 확인받으려 한 것은 "실수로 넘어진 게 맞느냐"는 질문에 가까웠다. 만약 검사의 질문대로 '정진웅의 실수'가 인정되면 '범죄 고의'는 사라진다. 즉 혐의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검사가 했고, 재판장이 이를 바로잡았다.
이후 공방을 보면 검사의 '실수' 질문이 정 차장검사에게 유리한 질문이라는 것이 더 확실해진다.
공판 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추가 질의를 하면서 '실수로 넘어진 것 같았나'는 표현 대신 '중심을 잃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정 차장검사가 발언기회를 얻어 직접 그 질문에 이의를 제기했다.
정 차장검사는 "검찰은 앞서 질문할 때 '실수했냐'고 했는데, 이제 와서는 다르게 질문했다"며 앞서 검사가 했던 질문을 활용해 자신이 '실수로 넘어졌을 수 있음'을 재강조했다.
검사의 피고인(정진웅)을 위한 '친절함'은 재판 첫머리에서부터 두드러졌다.
이날 재판에는 독직폭행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증인이 출석했는데, 증인이 요구한 '비공개 증언'을 검찰 측이 순순히 동의해준 것이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면 언론 취재는 불가능하고, 그런 이유에서 범죄 사실을 드러내 피고인의 처벌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검찰 측에서는 '공개 재판'을 강하게 주장한다. 특히 증인이 범죄를 목격한 '핵심 참고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날 재판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이례적인 검찰의 '비공개 동의'에 재판장이 제동을 걸었다. 재판장은 "공개 법정에서 증인신문은 가장 보편적인 절차"라며 "비공개 사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의 소극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이날 변호인은 검찰 측 신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최소 3차례 이상 말을 끊으며 검찰의 진행을 방해했다. 하지만 검찰은 반대였다. 변호인이 증인에게 "피고인(정진웅 차장검사)의 행위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하려는 것으로 보였느냐"고 물었을 때조차 아무 대응이 없었다. '피고인의 범죄 의도'를 증인에게 확인하는 질문이어서, 평소대로라면 검찰이 제지했을 성격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침묵했고, 재판장이 나서서 "반대신문이라 해도 그거까지 물어봐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몸싸움 후 수사팀이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어떻게 저한테 이런 모욕감을 줄 수 있죠? 왜 그런 거예요?"라는 한 검사장의 날선 목소리가 그대로 공개되면서 모두가 영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따분하게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공판 검사였다.
그는 이때 10분 이상 의자 팔걸이에 두 손을 기댄 채 반쯤 누운 상태로 있었다. 이따금 회전 의자를 회전시키기도 했고, 기자들로 가득찬 방청석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했다. 마스크를 썼지만, '한숨을 쉬었다'는 걸 숨길 순 없었다.
태도 역시 소극적이었다. 변호인이 "영상 속 상황에 대해 중간중간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하고, 재판장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는 건너뛰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때 검사는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변호인의 의견이) 좋은 의견인 것 같다"며 동의했다.
[로톡뉴스=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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