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려줬다" 김병기 의원 부부 전격 출국금지… 압수수색 6곳 '동시 타격'
"돈 돌려줬다" 김병기 의원 부부 전격 출국금지… 압수수색 6곳 '동시 타격'
전직 구의원들의 폭로 담긴 탄원서 한 장의 파장
정치자금법 위반 쟁점은?

경찰, '비위 의혹' 김병기 자택 압수수색 종료 /연합뉴스
경찰이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 부부와 측근 등 5명에 대해 전격적인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국회와 자택 등 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금전 거래 의혹이다. 김 의원은 당시 전직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와 김 의원의 측근인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혐의가 포착됐다.
특히 이번 수사는 금전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구의원들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가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탄원서에는 김 의원 측에 돈을 전달했다가 이후 돌려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김 의원의 자택과 지역구 사무실은 물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이 부의장의 자택과 동작구의회, 심지어 김 의원 차남의 자택까지 총 6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김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둔 사실무근의 음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통해 신병 확보에 나서는 한편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피의자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돌려줬는데 범죄인가?" 법원이 말하는 정치자금법의 '기수' 시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법적 쟁점은 김 의원 측의 주장처럼 '돈을 나중에 돌려주었을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은 금전을 수수하는 시점에서 이미 범죄가 완성되는 '기수'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다.
대법원은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음으로써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기수에 이른 이후에 그 자금을 실제로 정치활동을 위하여 사용하였는지 여부나 다시 반환했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도3940 판결).
따라서 김 의원이 전 구의원들로부터 받은 돈이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해석된다면, 설령 나중에 이를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위반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일체의 금전은 정치자금으로 간주하며(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도3449 판결), 수수 당시 불법적으로 받겠다는 의사만 있었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6곳 동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증거인멸' 가능성 차단한 경찰의 승부수
경찰이 국회 의원회관과 차남의 자택까지 포함해 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조치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22조에서 규정하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압수수색 사실이 미리 알려질 경우 증거가 인멸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경우, 대법원 판례(2022. 7. 14. 선고 2019모2584 결정)에 따라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임의로 복제하지 않는 등 엄격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거쳐 금전 수수의 구체적인 목적과 대가성 여부를 가려낼 계획이다.
함께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 역시 수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에 의하면 범죄 혐의에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김 의원 부부와 측근 등 핵심 인물 5명을 묶어 출국금지한 것은 이들 사이의 말맞추기나 공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향후 수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금융거래 내역과 메시지 등 물적 증거가 전직 구의원들의 탄원서 내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이라며 "객관적인 물증이 진술을 뒷받침할 경우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