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낙서범, 단순 장난 아닌 '최대 징역 10년' 중범죄
지하철 4호선 낙서범, 단순 장난 아닌 '최대 징역 10년' 중범죄
지하철 낙서범, '최대 징역 10년'과 '비용 전액 배상'의 이중 처벌 받는다

지하철 4호선 낙서. /연합뉴스
"자연이 먼저냐 종교가 먼저냐 인간덜아"
황당한 낙서로 4호선 열차 4개 칸을 도배한 남성은 단순한 장난으로 끝날 수 없는,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교통공사가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가해자는 형사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라는 '이중 심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0분의 일탈, 10명이 투입된 복구 작업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6일 오전 8시 40분, 한 남성이 4호선 대야미역에서 열차에 탑승했다. 그는 오전 9시경부터 약 10여 분간 열차 내부를 돌아다니며 벽면 곳곳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를 남겼다. 범행 후 남성은 9시 10분경 오이도역에서 유유히 하차했다.
시민들의 불쾌감을 담은 민원이 4건 접수됐고, 직원이 출동해 상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열차 운행을 즉시 중단할 수는 없었다. 결국 열차는 오후 3시 50분경 차량기지에 입고됐고, 이후 10명의 직원이 투입되어 세척 작업을 벌인 뒤에야 원상 복구됐다. 공공의 자산이 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인해 수 시간 동안 훼손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적지 않은 행정력이 낭비된 것이다.
형사 처벌: 단순 손괴죄 넘어 '공용물건 손상' 중범죄
가해자가 받게 될 형사 처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소 '재물손괴죄'에서 최대 '공용물건손상죄'까지 적용 가능하다.
1. 재물손괴죄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
가장 기본적으로 적용될 혐의는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다. 여기서 핵심은 '효용을 해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물리적 파괴뿐만 아니라,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대법원은 과거 회사 건물 외벽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한 행위에 대해 "건물의 미관을 해쳐 이용자들에게 불쾌감이나 저항감을 일으키고, 원상 복구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면 건물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명확히 판단했다(대법원 2007도2590 판결). 이번 사건 역시 다수 시민의 불쾌감을 유발하고 10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복구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효용 침해'가 명백하므로 재물손괴죄 성립은 거의 확실하다.
2. 공용물건손상죄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사안을 더 무겁게 보는 시각은 지하철을 단순한 '타인의 재물'이 아닌 '공공의 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형법 제367조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을 파괴할 경우 재물손괴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은 이 '공익 건조물'의 대표적인 예다.
과거 법원은 버스 승강장 안내도에 낙서를 한 피고인에 대해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공용물건에 낙서를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전주지법 2020노1657 판결). 이 판례에 비춰볼 때, 4개 칸에 걸친 광범위한 낙서는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로 인정되어 가중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사 책임: 복구 비용 1원까지 모두 내야한다
형사 처벌이 국가가 가해자에게 내리는 벌이라면, 민사 책임은 피해자인 서울교통공사가 입은 손해를 가해자로부터 직접 받아내는 절차다. 공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구상권(求償權)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상권 청구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낙서를 지우는 데 사용된 약품 값과 같은 직접 비용은 물론, ▲직원 10명의 시간 외 수당을 포함한 인건비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면 발생했을 영업 손실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법원 역시 이러한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다. 과거 한 판례에서는 연습실 벽면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행위에 대해 "낙서 제거 비용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피해자가 비용을 들여 낙서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피했던 이상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것이고 그 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광주지법 2016노4777 판결).
실제로 공사는 2023년 2호선 열차 창문을 뜯어간 승객과 6호선 출입문을 파손한 승객을 추적해 복구 비용을 모두 받아낸 전례가 있다. 이번 낙서 사건 역시 단순한 경고가 아닌, 실질적인 금전적 배상으로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