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던진 돌에 70대 가장 사망…범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처벌은 없었다
아이들이 던진 돌에 70대 가장 사망…범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처벌은 없었다
형사처벌·보호처분 모두 불가한 만 10세 미만
유가족은 부모 상대 민사소송으로만 피해 구제 가능

성인 주먹만 한 돌멩이 하나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가해자는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조차 불가능하다. /셔터스톡
아이들이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 하나가 7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가해 아동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작년 11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벌어지는 고층 낙하물 사고의 위험과 함께, 가해자가 형사 미성년자일 경우 발생하는 법적 공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8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그날 70대 남성 A씨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며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평온했던 일상이 산산조각 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위에서 떨어진 성인 주먹만 한 돌덩이가 A씨의 머리를 그대로 덮쳤고, 그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 수사 결과, 이 돌은 복도 방화문을 고정하던 받침돌이었으며, 범인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왜 돌을 던졌는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장난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장난'의 결과는 한 가정의 파멸이었다.
계란도 흉기…고층 투척, 왜 중범죄인가
단순히 물건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어떻게 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 로엘 법무법인 박세홍 변호사는 방송에서 "중력 가속도 때문에 높이가 높아질수록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 100g 사과 한 알: 21층 높이에서 떨어지면 충격량이 7kg에 달하며, 시속 100km 야구공에 맞는 것과 같다.
- 1.5kg 아령: 10층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려 370kg 물체에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준다.
이 때문에 법은 고층에서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매우 위험한 범죄로 본다. 벽돌, 아령, 유리병처럼 그 자체로 위험한 물건을 던져 사람을 다치게 하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된다. 이 죄는 벌금형 없이 오직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규정된 중범죄다.
심지어 법원은 재미로 계란을 던진 중학생에게도 "고층에서 떨어지면 흉기가 될 수 있다"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만약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도 '맞아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를 갖고 던졌다면, 실제 다치지 않았더라도 특수상해미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가해자는 초등생…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A씨를 숨지게 한 가해 학생들이 성인이었다면 상해치사, 중과실치사, 심지어 살인죄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 어떤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없었다. 가해 학생들이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이 중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와 같은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건의 가해 학생들처럼 만 10세 미만인 '범법소년'이다. 이들은 형사처벌은 물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완전히 제외된다.
결국 A씨의 죽음은 법적으로 아무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2015년 아파트에서 9살 아이가 던진 벽돌에 50대 여성이 맞아 숨진 '용인 캣맘 사건'과 똑같은 결론이다.
남은 길은 민사소송뿐
형사적으로는 길이 막혔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
민법은 미성년 자녀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그 감독 의무가 있는 부모가 대신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유가족은 가해 학생들의 부모를 상대로 치료비, 장례비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 아이의 위험한 장난이 앗아간 소중한 생명.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남겨진 유가족에게는 부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만이 유일한 구제 절차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