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0)] 설마 하고 방심하다 재산 잃는 수가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0)] 설마 하고 방심하다 재산 잃는 수가
장기간 소유자 행세하며, 소유권을 취득하는 '취득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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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의 경과로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제도. 그와 반대로 남의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면서 장기간 소유자 행세를 하면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취득시효' 제도도 있다. /셔터스톡
서울대 평생교육원이 평창캠퍼스에서 평창군과 함께 개최하는 시민대학에 '법률사전'이라는 과정이 있다. 대부분 평창군과 그 부근의 주민들이 와서 듣는다. 그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잘 아는 사람이나 친척에게 농지를 경작하라고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나중에 소유권을 주장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다.
우리 민법은 장기간 유지된 법률 상태가 있으면 본래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 아니라도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 하나가 기간의 경과로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제도인데, 그와 반대로 기간의 경과로 권리를 얻게 만드는 제도도 있다. 남의 물건을 점유, 즉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면서 장기간 소유자 행세를 하면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취득시효' 제도이다.
예를 들어, 소유자가 방치한 토지를 다른 사람이 점유해서 마치 소유자처럼 과실수나 다른 농작물을 심어 경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그사이에 아무런 말썽 없이 그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그 토지를 사용한 사람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가 있다. 그러면 본래 소유자는 소유권을 잃게 된다. 소유권은 가장 철저하게 보호되는 권리여서 그 위에서 아무리 오래 잠을 자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취득시효 완성으로 소유권을 얻으면 본래 소유자는 소유권을 잃게 된다.
그러면 얼마나 오랜 기간 점유해서 권리자 행세를 해야 권리를 취득할 수 있을까? 대상 물건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면 그 기간이 20년이다. 20년이 지난 뒤에 소유자로 등기를 하면 소유권을 취득한다(점유취득시효). 다만, 어떤 사정으로 등기부에 점유자가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고 점유자 자신이 소유자라고 믿고 그렇게 잘못 믿은 데에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10년이고, 따로 등기할 필요 없이 바로 소유권을 취득한다(등기부취득시효). 동산의 경우에는 그 기간이 10년이다. 다만, 점유를 시작한 때에 점유자가 자기가 소유자라고 믿고, 그렇게 잘못 믿은 데에 과실이 없으면, 그 기간이 5년으로 단축된다. 기간이 만료되면 소급효가 있어서 처음에 점유를 시작한 때부터 소유자였던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법이 정한 취득시효 기간이 지난 것만으로 권리를 취득할 수는 없다. 점유자가 그 물건을 소유할 생각으로 점유를 해야 한다. 남의 토지를 빌려 임차료를 내면서 점유하고 있으면 이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니어서 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문제는 점유자가 어떤 사유로 그 물건을 점유하게 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친한 사람에게 그냥 물건을 사용하게 해 주었는데, 나중에 점유자는 시효취득을 주장하고, 소유자는 빌려준 것이었다고 주장하여 소유의 의사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장기간의 점유는 평온하고 공연한 것이어야 한다. 본래 소유자가 토지를 반환하라거나 집에서 퇴거하라는 등 소유권을 행사하면 이는 평온한 점유가 아니며, 점유자가 그 물건의 점유를 남들 모르게 숨기고 있어도 이는 공연한 점유가 아니다.
취득시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하거나 점유자가 점유를 숨겨서 평온⋅공연하지 않게 되면 시효는 중단된다. 주로 소유자의 권리행사로 시효가 중단되는데, 만일 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하다 말아서 점유자의 점유가 평온한 상태로 되돌아가면, 그때부터 남은 시효기간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효기간이 새로 진행하기 시작한다.
취득시효 제도는 남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법은 장기간 평온하게 유지된 상태를 보호하여 법적 안정성을 달성하려고 이러한 제도를 두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점유한 경우에 나중에 뒤통수를 맞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 재산의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는 증거를 확실하게 남길 필요가 있다. 계약서 작성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임차료 등의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마가 사람까지 잡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중한 재산을 삼키는 수가 꽤 있기에 하는 말이다.
편집자 주
원로법학자 호문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시민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법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한다. 호문혁 교수는 사법정책연구원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고 저서 「민사소송법」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민사법학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