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만 있는 집에 양해(승낙) 구하고 들어갔는데, 주거침입?
초등학생만 있는 집에 양해(승낙) 구하고 들어갔는데, 주거침입?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김영삼 변호사 "문 열어준 초등학생 4학년 이상이라면 성립하지 않아"
작년 여름의 폭염은 문자 그대로 기록적이었죠. 정말 에어컨 없이는 한 순간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그런데 A씨가 사는 아파트의 에어컨 배수로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전 주인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베란다를 손봐놔서 에어컨 배수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A씨는 다른 아파트 베란다의 에어컨 배수로 위치를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A씨가 윗집의 초인종을 눌렀더니, 초등학생 2명이 나와 문을 열어줬습니다. 집에 어른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잠시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해 허락을 얻은 뒤, 들어가 베란다 사진을 2장 찍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10일 후 아이들 엄마인 B씨가 갑자기 A씨를 찾아와 “주거침입죄로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A씨가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B씨는 “미성년자가 무슨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며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B씨는 어른도 없는 집에 들어가 사진까지 찍은 것에 대해 많이 불쾌해 하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A씨는 변호사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과연 A 씨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까요?
오승일 변호사는 이에 대해 “미성년자들이 문을 열어 준 것이기는 하지만, 주거의 평온을 깨려는 고의가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영삼 변호사는 “문을 열어 준 초등학생이 4학년 이상 고학년이면 주거침입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저학년이면 주거침입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 사건에서 주거침입죄 구성요건의 핵심은 집 주인의 승낙(양해)이 법적 효력을 갖느냐 여부”라며 “이는 문을 열어준 초등학생이 ‘승낙능력’을 갖는지 아닌지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승낙능력’이란 피해자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정신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법에서는 죄에 따라 달리 판단하고 있고, 승낙능력이 있다면 유효하게 승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이와 비슷하게, 민법에서는 ‘의사능력’이라고 해, 대체로 10세 정도가 되면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판례에서는 여자 어린이의 경우 남자 어린이를 구분해서 본 적도 있는데요. 8세 4개월 정도의 여자 어린이에게 이루어진 송달은 유효하지만, 8세 1개월 남짓 된 남자 어린이에게 이루어진 송달은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사건의 경우 문을 열어준 초등학생이 저학년인지 고학년인지, 또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에 따라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로톡상담사례 재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