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안 내고 도망가신 손님, 그러다 정말 감방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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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안 내고 도망가신 손님, 그러다 정말 감방 가십니다

2021. 02. 22 16:44 작성2021. 02. 23 13:05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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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안 내고 도망간 승객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자이크 없이 올라와

변호사들 "위험한 행동⋯명예훼손에 해당할 사안이다"

다만 승객의 경우도 처벌 대상⋯실제로 택시비 안 내 실형 나온 경우도 있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른바 '택시비 먹튀' 블랙박스 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 택시 안의 승객 A씨와 택시기사의 모습이 찍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A씨는 택시비가 없다며 기사에게 집에서 돈을 가져오겠다고 말한다.


이어 "1분이면 된다" "믿어도 된다"며 기사를 안심시켰지만, 이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른바 택시비 먹튀 사건이었다. 이 게시글을 올린 사람은 택시기사의 자녀 B씨. 승객 A씨의 거짓말에 화가 나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신고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기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이 당한 일이라면 게시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위험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영상 속 A씨의 얼굴이 전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눈, 코, 입이 전부 드러나 있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기사와 대화하는 A씨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B씨는 A씨의 탑승·하차 지점까지 기재해 A씨의 신원은 더욱 구체화됐다. 얼굴과 목소리에 이어 거주지까지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승객 A씨는 택시비 먹튀와 별개로 이 영상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 사안이다.


몇몇 댓글에는 범인을 잡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올린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변호사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억울한 마음 이해하지만⋯'명예훼손' 성립될 수 있는 사안

변호사들은 동의 없이 A씨의 얼굴 등을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것 같다"고 했다.


명예훼손은 ①공개적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공연성) ②특정한 사람(특정성)에 대해 ③허위 또는 사실을 적시(摘示⋅짚어서 보여주는 일)해야 성립한다.


이 사안의 경우 B씨는 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했고(①), A씨의 얼굴 등을 공개(②)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또한 택시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③)을 알렸기 때문에 명예훼손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렇다고 해도 B씨가 공익성을 위해 영상을 게시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법적 책임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A씨는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간 사람이니, 공익적인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는 "공공의 이익이란 국가와 사회 기타 다수인, 특정 사회집단이나 구성원 전체 등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기준에서 살펴볼 때 이번 사안은 공익성을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B씨는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진규 변호사도 "답답하더라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리기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문제 해결을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 /로톡DB


별거 아닌 무임승차? 안일하게 생각했다간 큰일

한편, 택시비를 내지 않은 승객 A씨는 무임승차 또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임승차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사안을 살펴본 뒤 사기죄로 입건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9호(무임승차 및 무전취식)는 "영업용 차(택시) 또는 배 등을 타거나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값을 치르지 않으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죄질에 따라 사기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해당 게시물에는 "소액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꼭 신고하라"며 "(그러면) A씨는 징역 살 가능성이 크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동종사건이 있나 보다" "상습범인가보다"라는 추측성 대댓글이 이어졌다.


이처럼 A씨에게 동종 전과 등 죄질이 나쁘다고 인정될 사항이 있다면,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택시에 무임승차한 C씨의 경우 택시비 7만원 때문에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는 C씨가 동종 범죄 등 각종 전과에도 반성하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또한, A씨에게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 영상 속 A씨는 택시를 타서 내릴 때까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상태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22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택시 탑승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이미 택시에서 내린 상황이라 CCTV 증거가 있다고 해도 과태료 부과는 어렵다고 부천시 관계자는 전했다.


글 작성자 "시작한 이상 끝을 보고 싶다"

해당 글 작성자는 로톡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사자인 아버지는 그냥 'X 밟았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후 해당 승객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락은) 없었고, 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살면서 사명감 있는 경찰을 만나보지 못했고, 안일한 대응에 실망한 적이 많았다"며 "(그래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찰 신고 대신) 온라인에 승객 얼굴을 공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굴까지 공개해서 시작한 이상 끝을 보고 싶다"며 "가족들과 상의 후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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