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궁지로 몰 대법원 판례 "횡령 안 했으면 그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못 하면 유죄"
윤미향 궁지로 몰 대법원 판례 "횡령 안 했으면 그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못 하면 유죄"
윤미향 기자회견 후⋯김웅, SNS에 글 올려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한 횡령"
주장의 근거는 대법원 판례⋯보통 범죄의 증명은 검찰이 하지만, '입증책임' 전환한 사례

검사 출신인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이 후원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윤미향 의원을 저격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연합뉴스
"법인계좌가 있음에도 개인 계좌로 돈을 받거나 자금을 옮기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굳이 개인 계좌를 사용한 이유와 그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한 횡령이라고 봐야 합니다."
검사 출신인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이 후원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윤미향 의원을 저격했다. 법인계좌가 있는데 개인 계좌를 사용해 후원금을 받았다면, 어디에 돈을 썼는지 증거자료를 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통상 "범죄가 있다"고 증명하는 책임은 검찰이 진다. 검찰이 이 증명에 실패하면 피고인은 무죄다. 그런데 김 의원의 주장은 "범죄가 없다"는 점을 윤 의원이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입증에 실패하면 유죄라는 것이다.
김 의원 말대로라면 윤미향 의원은 법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나는 받은 돈을 이렇게 썼다"고 입증해야 한다.

김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변호사들과 함께 이 주장이 타당한지 분석해 봤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30일, 김웅 의원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왔다. 윤미향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한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다음 날이었다.
김 의원이 근거로 든 것은 지난 2003년 대법원 판례(2003도2807)다. 한 법인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거래처에서 수금한 현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건이었다. 대표이사는 "개인 용도로 쓴 게 아니다"면서 "회사에서 쓰는 트럭 임대료 명목으로 돈이 나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빙서류를 내지 못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사용처에 관한 증빙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 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이해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推斷⋅미루어 판단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업무상 횡령죄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웅 의원은 이 판례를 근거로 "윤미향 의원이 개인 계좌를 사용한 이상 돈을 정당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횡령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무법인(유한) 예율의 최용문 변호사는 이 대법원 판례가 "입증책임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범죄의 입증책임은 (기본적으로) 검사에게 있지만, 법원이 '추정된다' 또는 '추단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사실상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결의 취지는 '어떤 조건'이 있다면 횡령죄 성립이 추정되고,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횡령이 아니다'라는 입증을 해야 한다고 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가 말하는 '어떤 조건'이란 다음 세 가지다.
①법인⋅단체의 대표자가 ②법인⋅단체의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하거나, 개인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고 ③이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①~③과 같은 사실이 있다면 횡령죄 성립이 추정되고,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횡령이) 아니라는 주장과 입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하면 횡령이 되는 것이라는 취지다.
김웅 의원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대로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윤미향 의원은 여전히 무죄를 받을 수 있다. 개인 계좌로 받은 돈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된다.
최 변호사는 "윤미향 의원이 현재 사용처에 관한 증빙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인출 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며 "아직 재판까지 가지 않았고, 앞으로 해명이 나올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미향 의원의 해명'이 아직 없긴 하지만, '윤미향 의원이 해명할 수 없다'고 현재로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았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처분의 경위가 위탁자(기부금을 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것이라면 죄 성립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개인 계좌로 받는 경우 본인의 돈과 위탁받은 돈이 혼용될 수 있어서, 나중에 위탁받은 돈을 어느 용처에 썼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며 "후원금을 개인 돈과 분리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받았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