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결혼하려는 애, 과거 더럽다"…블라인드 글 한 편에 파혼 위기, 법적 대응 방법은
"네가 결혼하려는 애, 과거 더럽다"…블라인드 글 한 편에 파혼 위기, 법적 대응 방법은
'피해자 특정성'과 '비방 목적' 충족 시 처벌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일 당장 파해라. 인생 조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파혼해.”
결혼을 앞둔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한 편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예비 신부를 향한 입에 담지 못할 비방과 함께, 자신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파혼을 종용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얼굴 없는 저격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게시글은 A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네가 결혼하려는 애, 학창 시절부터 최근까지 XXX같이 살았다. 남자에 XX 애”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과거가 끔찍하게 더럽다. 기어이 순진한 공채 남자애 자빠뜨려서 결혼하려 하네”라며 A씨의 약혼녀를 조롱하고, 글쓴이 자신에게 연락하면 모든 과거를 폭로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얼굴 없는 저격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변호사들은 해당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게시물이 특정인을 지칭하며 과거 품행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고, 허위사실을 통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공연성이 인정되는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되어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용이 허위사실일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익명’ 뒤에 숨어도 처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3자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 요건을 명확히 갖췄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실명이 거론되고 결혼 예정자라는 상황까지 기재돼 피해자 특정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반드시 성명 전체가 명시되지 않더라도, 표현 내용과 주변 정황을 종합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다면 피해자 특정을 인정한다.
'신속 대응'이 관건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시간이 지나면 접속 기록 등 증거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조속히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시글 원문과 URL 주소를 즉시 캡처해 증거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A씨와 약혼녀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블라인드 운영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