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직전 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김영훈 장관이 빼든 '4대 6 유예' 카드
파업 직전 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김영훈 장관이 빼든 '4대 6 유예' 카드
막판 교섭 비화 공개
"가치 충돌, 1년 유예로 풀었다"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는 모습. /연합뉴스
건국 이래 초유의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를 멈춰 세운 결정적 열쇠는 '원칙 고수와 1년 유예'라는 절충안이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막판 중재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이번 협상은 AI 시대를 맞아 급격히 늘어난 생산력과 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묻는 한국 사회의 거대한 성장통이었다.
이익 충돌 넘어선 '가치 충돌'…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
김 장관은 이번 노사 갈등이 단순한 임금 인상률 차이가 아닌, 가치와 원칙의 충돌이었기 때문에 조정이 극도로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가장 큰 쟁점은 '특별성과급 배분율'이었다. 사측은 특별한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제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기본 4, 사업부별 성과 6을 나누는 '4대 6' 원칙을 고수했다. 반면 노조는 '7대 3'의 비율을 요구하며 맞섰다.
김 장관이 제시한 해법은 형식과 실질의 조화였다. 김 장관은 노조 측에 사측의 경영 원칙인 '4대 6'을 수용할 것을 설득하는 동시에, 사측에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1년간 유예하자는 카드를 냈다.
그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회사의 다각화 방침에 따라 파운드리 부문으로 간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2027년부터 제도를 적용해 이들에게도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사측을 설득했고, 노사 양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극적 타결이 이루어졌다.
'능력주의' 노조 향한 묵직한 메시지… "상생 협력 재원 명시"
회사에 기여한 공이 큰 메모리 부문 노동자들이 성과급을 더 가져가겠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김 장관은 기존 노동 운동의 연대 원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엄청난 초과이윤 뒤에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묵묵히 일하는 지원 부서와 1700개의 협력업체가 있다"며 "노동자들도 잊지 말아야 될 이름 '황유미' 세 글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를 상기시키며 초기업 노조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실제로 김 장관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라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협력업체 동반성장, 지역사회 공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으로 대표되는 산업안전 관련 상생 협력 재원 조성 방안이 명시됐다.
"긴급조정권은 꿈도 안 꿔…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
파업 위기 국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무총리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것과 달리, 김 장관은 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긴급조정권을 쓴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타결은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의 민주주의로 확산된 K-민주주의의 저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의 고민은 단순히 기업 이익 저해가 아니라, 양극화 심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위해, 그리고 노동 존중 사회를 향한 노조 조직률 저하 우려 등 종합적인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