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면 낫는다더니…신내림 받으려던 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100일이면 낫는다더니…신내림 받으려던 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아픈 아들, 신내림 받으면 낫는다" 돈 뜯어낸 무당
신내림 제자 폭행으로 아들은 결국 사망
재판 받게 된 무당 혐의는 사기와 사기 미수⋯1심·2심 모두 징역 1년

"아들 낫게 해준다"며 피해자 B씨의 어머니를 꼬드겨 신내림 등으로 돈을 뜯어낸 무당에게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어머니는 자식 걱정뿐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들, 임신 문제로 상심에 빠진 딸. 어머니는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러다 용하다는 무당 A씨를 알게 됐다. 제자들을 거느릴 정도였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A씨를 찾았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만난 그는 단칼에 방도를 내렸다.
"아들이 신내림을 받으면 된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A씨에게 신내림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들이 걷는 등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용하다는 무당 A씨를 알게 된 건 딸을 통해서였다. 지난 2017년, 임신 문제로 A씨를 찾았다가 "남동생이 신내림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듣고 와, 어머니 B씨에게 전했기 때문.
B씨는 곧바로 A씨에게 갔다. 병원 어디에서도 손쓰지 못했던 아들을 걷게 할 실마리를 A씨는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딸에게도 힘이 되고 싶었던 B씨는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A씨에게 "아들이 잘 걷지 못하고 한쪽 팔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병명을 못 찾았다"는 사실도 먼저 털어놨다.
이를 들은 A씨는 "신내림을 받으면 된다"며 B씨를 꼬드겼다. A씨는 신내림 비용으로 2000만원을 제시한 뒤, "굿을 했는데도 아들이 낫지 않으면 돈을 되돌려준다"고도 했다. B씨의 상황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결국 A씨에게 굿 비용을 건넨 B씨. 하지만, A씨의 금전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차례 기도비 명목으로 B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B씨가 망설이는 기미를 보이면 자식을 볼모로 잡았다.
"아들이 정확하게 걷고 뛰게 할 수 있는 기간이 100일."
"100일 기도가 끝나면 돈을 돌려주겠다."
그렇게 A씨가 B씨에게 돈을 뜯어내는 동안, B씨의 아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조사 결과, 아들은 A씨의 제자들이 함께 머무는 숙소에서 상습적으로 폭행당했고 결국 사망했다.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가해자는 같이 신내림을 받기 위해 머물던 제자. 그는 B씨의 아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고,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물론, 무당 A씨도 법정에 서긴 섰다. 하지만 B씨 아들의 죽음 책임을 묻는 재판이 아니었다. A씨는 B씨 아들의 사망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고 판단됐기 때문. 이 때문에 사기 혐의로만 법적 판단을 받았다.
지난해 2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재판장 장준아 부장판사)에서 이 사건 1심 재판이 열렸다.
A씨는 피해자 B씨를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굿을 해본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B씨 아들을 낫게 할 의사와 능력도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픈 사람을 위한 굿을 한 건 3년만"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을 맡은 장준아 부장판사는 "A씨의 감독 아래에 있던 B씨 아들이 사망하게 돼 피해자나 그 가족이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경위나 기망 내용 등을 감안하면 A씨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동종 범행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해 회복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도 불리한 양형 사유였다. 다만, 재판에 이르러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한 사실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B씨 가족에게 입힌 상처에 비하면 형량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 사기 혐의만 적용된 이상 중형이 선고되기는 어려웠다. 특히, 무속 행위 자체를 사기죄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 판례는 대부분 위로를 받으려고 무속 행위에 참여하기 때문에 설령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해도 무속인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무속 행위 등을 사기죄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굿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처럼 현혹하거나 상식을 넘어선 굿 비용을 요구할 때다.
A씨 사건도 이러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실형 선고가 가능했다. A씨가 몸이 아픈 아들이 있는 피해자 B씨에게 굿을 해야 나을 것처럼 속였고, B씨 딸의 경우도 기도를 안 하면 유산을 할 것처럼 말해 공포심을 갖게 한 점이 인정됐다. 이어 굿의 효과가 없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A씨가 결과에 불복해 항소심이 열리긴 했지만, 형량은 바뀌지 않았다. 부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홍준 부장판사)는 선처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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