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 (61)] 구경도 못 한 히말라야산맥 여행길
[정형근 교수 에세이 (61)] 구경도 못 한 히말라야산맥 여행길
![[정형근 교수 에세이 (61)] 구경도 못 한 히말라야산맥 여행길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75992205094443.jpg?q=80&s=832x832)
도로만 벗어난다면 천 길 낭떠러지로 치달을 그런 곳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히말라야산맥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8월 7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인도 잠무에서 스리나가르(Srinagar)로 가는 날이었다. 동양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불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짐을 꾸려 호텔 앞에 나가 잠시 기다리니 예약해둔 차량의 불빛이 보였다. 지프(Jeep)와 같은 차량이 호텔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른 새벽 시간에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니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가득했다.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아직 새벽이라 어둠이 천지에 가득했다. 짐을 차량 지붕으로 올렸다. 혹시 중간에 비가 올 것에 대비하여 비닐 포장지로 덮고 단단히 묶었다. 차에 오르기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드디어 자동차가 서서히 호텔을 벗어났다.
인도 잠무에서 스리나가르(Srinagar) 목적지까지는 300km 정도의 거리이지만, 10시간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평지가 아닌 험준한 산길이고, 비까지 내리면 더 오래 걸린다고 하였다. 차가 천천히 호텔을 빠져나올 때 거리에는 지난밤에 그토록 많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무 시내를 벗어난 후 이내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랬더니 인적이 없던 거리에 비하여 산길에는 많은 차량 행렬이 보였다. 도로변에는 검은 소가 한두 마리씩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인도에서 소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그 차량들은 모두 스리나가르로 향하고 있었다.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에 모두들 새벽 일찍 길을 나선 거 같았다. 산길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 앞에 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군인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선두에 있던 차량 한 대를 세운 후에 나머지 차량들은 통과시켜 주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데, 도로변에 원숭이들이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새끼들은 어미 등에 찰싹 달라붙은 채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먹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창에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꼬불꼬불한 산길은 한없이 이어졌다. 곳곳에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비도 입지 않고 비를 맞은 채 생쥐처럼 움츠린 모습으로 서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차에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어둔 탓에 앞차에서 내뿜는 매연이 그대로 들어왔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모든 차량에서 시꺼먼 매연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대비하여 준비물로 챙겨간 마스크를 꺼내어 썼다. 작년에 그곳을 여행했던 분의 조언에 따라 마스크를 챙겨간 것이다.
한여름에 코를 막고 있으니 답답하면서도 훨씬 덥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꺼먼 매연을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 차량 기사는 매연을 피하려는 이유 때문인지, 갈 길이 멀고 바빠서인지 계속적으로 앞차를 추월하였다. 보통 시야가 확보된 도로에서 추월을 하는데, 운전사는 그게 아니었다. 반대차선 100여 미터 앞에서 차가 오는데도 중앙선을 넘어 선행 차량을 제쳤다. 그뿐 아니었다. 몇십 미터 앞에 커브가 있음에도 앞차를 치고 나갔다. 커브에서 갑자기 주행해 오는 차량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정말 아찔했다. 새벽에 나왔기에 어지간하면 졸음이 올 법한데, 긴장이 되어 잠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주변 산악지대 경치를 구경하기는커녕 그저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추월을 할 때면 빵빵 경적을 울려 앞차에 신호를 보냈다. 마치 목숨을 걸고 운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운전사는 며칠 전 타지마할 다녀올 때 운전했던 기사보다 몇 배나 점잖게 운전하는 편이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계곡에는 엄청난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추락을 방지할 방호책(가드레일) 같은 시설도 없었다. 도로만 벗어난다면 천 길 낭떠러지로 치달을 그런 곳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히말라야산맥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었다. 한동안 오르막길이 이어지다가 다음에는 급경사 내리막길이 펼쳐졌다. 그냥 주행하기에도 위험한 길에서 어김없이 추월은 계속되었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사람들이 보이고 가게들도 나타났다. 코카콜라 간판도 눈에 띄었다. 1년 중 8월 달에 가장 많은 힌두교 순례객들이 찾아오고, 관광객의 발길이 붐빈다고 들었다.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계곡에 물안개가 구름처럼 떠올랐다. 노란 천막을 친 조그만 트럭에 군인들 몇 명이 타고 앞서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그 군용트럭은 추월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물칸에 탄 군인들이 앞서가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구불구불 나선형으로 된 길을 올랐다 내려갔다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쏟아붓는 듯한 폭우로 시야가 가려졌다. 그런 자연 현상 앞에 차량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도로변에는 군인들의 수가 많아졌다. 철모에는 풀이 꽂혀있고 금방이라도 전투에 임할 태세였다. 차는 절벽을 끼고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원숭이들이 도로 바위에서 우리를 구경하는 듯했다. 사과 하나를 얻어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있는 녀석도 보였다. 검은 얼굴에 한결같이 콧수염을 기른 검문소의 군인들 모습이 불안감을 갖게 했다.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더니 다시 빗줄기가 요란했다. 빗물이 차창 안으로 들이쳤다. 반대차선에서 오는 차량들의 대부분은 화물차량들이고, 우리 차선에는 여객차량이 많아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스리나가르에서 넘어오는 차량들 중에는 군용트럭도 아주 많았다. 카슈미르 지역에 60만명이나 되는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다고 하였다. 인도의 최전방이고, 시시때때로 관공서에 폭탄이 날아들고, 주요 인사가 암살당하는 위험지역이기 때문이다.
조금 달렸더니 커다란 바윗덩이가 도로에 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간신히 차 한 대가 지나갈 공간밖에 없었다. 심하게 내린 비로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를 막고 있는 데가 여러 곳이었다. 도로를 복구하는 인력도 없었다. 빗자루로 빗물이 흐르는 도로를 쓸고 있거나, 삽으로 흙을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험준한 히말라야산맥의 도로를 마당을 쓸 듯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난 오전 8시경이었다. 얼마를 더 진행하니 차가 갑자기 멈췄다. 앞에 차량 행렬이 엄청났다. 폭우로 도로가 막히지 않았나 걱정되었다. 운전기사는 차선도 제대로 그어져 있지 않은 도로의 반대차선을 틈만 나면 들락거렸다.
어느 지점에서 운전기사가 빈 공간을 뚫고 반대차선을 넘었다. 그러자 옆으로 교행차량이 겨우 지나갔다. 그런데 꼬리를 물고 따라오던 대형 화물트럭은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교통정리를 하던 군인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후진명령을 하였다. "당신 때문에 못 가고 있잖아!" 외치는 것 같았다. 험악한 표정으로 운전기사를 노려보았다. 개머리판으로 곧장 때릴 것 같은 태세였다. 무더운 여름에 흰 마스크를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의아한 듯 이상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전부 차량 밖으로 나오라고 할 것 같았다. 우리 차량이 제 차선을 벗어난 상태라 후진을 하기에도 위험했다. 뒷바퀴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었다.
천천히 차가 후진하기 시작하자 차 안에서 비명소리가 나왔다. 후미에서 누가 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는 순간이었다. 간신히 그 지역을 벗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덩치 큰 유조차량이 갑자기 산 위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묻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주변 도로에 흘러나온 자갈과 흙을 인부들이 맨손으로 치우고 있었다. 우리 차가 또다시 추월을 시도하는데,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급브레이크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비행기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여행은 힘들게 해야 보람을 느낀다고 하여 용감하게 선택한 자동차 여행이었다.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또다시 쏟아지는 빗물을 밀어내느라 와이퍼가 급하게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앞서가는 차에서 뿜어대는 매연이 시야를 가렸다. 도저히 따라가기 어렵구나 생각하는 순간 우리 차는 추월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미터 앞에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정면충돌 직전이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기사에게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항의할 수도 없었다. 추월하는 순간은 늘 그렇게 위험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여정이었다. 그저 안전하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 굽은 길을 곧게 편다면, 길이가 얼마쯤 될까 생각되었다. 우비를 입은 군인들이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차량 지붕에 올려놓은 짐이 온전한지 걱정이었다. 물에 흠뻑 젖지나 않았는지 염려스러웠다.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 것 같은 폭우가 계속되었다.
오전 8시 35분이었다. 3시간 30분 만에 100km가량 달렸다. 앞으로도 200km 남았다고 한다. 한적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한결 여유로운 도로가 나타났다. 옥수수밭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었다. 평지인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구분되지 않은 길을 달려가고 있다. 차창으로 가는 빗줄기가 스친다. 과일가게도 나타났다. 정상에 온 것 같았다. 스리나가르는 팬잘산맥과 히말라야산맥 계곡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준비해온 책자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약간 내리막길로 접어드는데 반대차선에도 차가 올라오고 있었다. 교행하려는 바로 그 순간 반대차선에서 뒤따라오던 차량이 추월을 하려고 끼어들었다. 그러자 차량 3대가 한 지점에서 꽉 끼어버린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우리 차량의 뒷면 우측면과 추월하려던 버스가 접촉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기분 나쁜 쇳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사고다!
큰일 났다 싶었다. 언제 사고원인을 가리고 출발하게 되나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런데 천천히 차를 앞으로 진행하더니 그냥 달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와 접촉하였던 버스도 시꺼먼 매연을 내뿜으며 가고 있었다. 아무도 차에서 내려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차량이 파손되었는지 확인도 없이 그냥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우리 기사는 '저 차 기사가 졸았나 보다'고 한마디 할 뿐이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차가 크게 파손되지 않으면 접촉 사고에 대하여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산길 아래 내리막길에 큰 유조차량 2대가 도랑에 바퀴가 빠져 기울어져 있었다. 내리막길을 달려가니 산 아래 평지에 햇살이 가득했다. 산 중턱에 아름다운 집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오전 9시 20분이 되었다. 이제 170km 정도 남았다고 하였다. 4시간 20분을 달려오는 동안 한 번도 차에서 내린 적이 없었다. 물론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오전 10시 5분 무렵에야 목적지까지 절반을 달렸다. 그로부터 20여 분을 더 달렸을 때 앞에 차량행렬이 막혀있었다. '람반'이라는 지역인데, 비 때문에 길이 막힌 것이다. 비가 오면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한쪽 차선으로 겨우 통행을 하게 되니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5시간 만에 처음으로 차에서 나오게 되었다. 우리가 어젯밤에 잠무를 출발하였다면 바로 이곳에서 밤을 지낼 예정이었다고 하였다. 조그만 마을로 무슨 숙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도로를 굽이돌아 산등성을 올라가는데, 내려다보기에도 아찔한 계곡이 흰 구름을 떠안고 있었다. 구름 위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건너편 산등성에는 계단식 논이 차곡차곡 쌓여진 듯 배열된 모습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안개 자욱한 도로를 가고 있다. 다른 사람이 기사와 한마디 대화하는 것도 불안하였다. 말하느라 한눈이라도 팔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행이 사탕을 기사에게 건네려는 것도 막았다.
"안 돼요! 운전에 전념하게 해야 해요."
그런 길에서는 두 눈 똑바로 뜨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다시 군인들의 초소가 보이고, 도로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 모습과 과일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이 있었다. 커브 길에서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추월하는 것을 긴장 가운데 지켜보는데, 커브를 돌자마자 급정거를 하였다. 어깨에 짐을 메고 급히 도로를 건너는 노인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차량이 중간에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바람에 허기가 밀려왔다. 히말라야의 공기를 심호흡해 보아야 하는데, 선행 차량의 매연 때문에 창문 열기도 겁났다. 한국에서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맑은 공기도 맘껏 마시자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오전 12시경에 검문소에 이르렀다. 모두 차에서 내려야 했다. 경찰이 여권을 제시하라고 하여 입국신고서에 기재하는 것과 같은 인적 사항을 기재하였다. 그 일을 경찰관 한 명이 볼펜으로 일일이 기재하였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어느 누구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행은 어디서든 기다림의 연속이다. 인적 사항을 기재한 후에는 손에 들고 있던 소지품 검사를 하였다. 가방의 지퍼도 열게 하여 구석구석 손을 넣어 무슨 무기가 있는지 살폈다. 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12시 20분경 2.5km에 이르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통과하니, 그곳이 목적지인 스리나가르였다. 7시간을 달려 도착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