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안 됩니다" 자필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세 가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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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안 됩니다" 자필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세 가지 경우

2020. 03. 11 16:37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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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가져온 돌아가신 어머니의 '자필 유언장'

'중증 치매'로 입원 중이던 때 작성⋯효력 있을까

법무법인 오킴스의 송인혁 변호사는 자필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따져보기 위해선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얼마 전, A씨에게 누나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쓴 유언장이라고 했다. 유언장은 누나에게 어머니 명의로 된 상가 건물을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언장을 본 A씨는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는 지난 2017년부터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계셨다. 그런데 유언장에 작성 일자는 '2018년 12월'. 그 당시엔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진 상태였다. A씨는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자필로 유언장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유언장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는 어머니 글씨가 맞는지 알 수도 없었다. 틀린 글씨를 두 줄로 긋고 고쳐 쓴 흔적도 있었다.


A씨는 고민 끝에 누나가 주장하는 어머니의 '자필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어머니의 '자필 유언장'에서 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법무법인 오킴스'의 송인혁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오킴스의 송인혁 변호사는 자필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따져보기 위해선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① 글씨를 고쳐 쓴 흔적

자필 유언장은 유언자의 성명부터 주소, 작성 연월일까지 유언자가 직접 써야 한다. 글자를 지우거나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는 "문자의 삽입과 삭제 또는 변경을 할 때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自書·직접 글씨 씀)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글씨를 고친 부분에 유언자가 직접 수정할 내용을 적은 뒤 자신의 도장을 찍는 식이다. 도장이 없으면 엄지손가락으로 지장을 찍어도 된다. 유언자가 '내가 고친 것'이라고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어머니의 자필 유언장엔 고쳐 쓴 흔적만 있다. 송인혁 변호사는 "(민법)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필 유언장의 효력을 충분히 다툴 수 있다"며 "고쳐 쓴 부분이 자필 유언장에서 중요한 부분일수록, 유언이 무효화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② 유언장 작성 당시 의사능력

유언이 법적으로 유효하려면, A씨 어머니가 유언장 작성 당시에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사리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가 쓴 자필 유언장 작성일은 치매가 심해져 의사능력이 부족한 시기였다. 송인혁 변호사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A씨가) 증명한다면, 자필 유언장의 효력은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증명해야 할까. 송 변호사는 중요 증거로 어머니의 인지능력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병원 '의무기록'을 꼽았다.


송 변호사는 "의무기록의 작성시기는 자필 유언장 작성일과 가까울수록 좋다"며 "어머니가 입원해 있던 요양원의 기록이나 병원 진단서 등도 충분히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언장 작성 당시를 증언해 줄 증인의 진술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누나와 함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하자. 하지만 요양원을 통해 그날 아무도 어머니를 방문하지 않은 게 확인된다면 유언장의 효력을 의심할 수 있다.


③ 유언자의 필체

A씨는 자필 유언장의 글씨가 어머니의 글씨가 맞는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인혁 변호사는 글씨 감정을 통해 실제 유언자의 글씨가 맞는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유언장의 글씨와 예전 어머니의 글씨를 비교 감정해 동일인의 필적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절차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감정 결과 동일인이 아니라거나 동일인의 글씨임이 불분명하다는 감정결과가 나온다면 자필 유언장에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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