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대에는 배송하지 마세요" 아파트 안내문, 법적으로 효력 있나?
"출퇴근 시간대에는 배송하지 마세요" 아파트 안내문, 법적으로 효력 있나?
"입주민 불편하니 출퇴근 시간 피하라" 안내문에 인터넷 '와글와글'
관리사무소, 공용부분 관리권 있지만 배송 시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어
택배기사가 어겨도 제재 불가능

아파트 주민들이 출퇴근하는 시간대에 택배 배송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아파트 단지 안내문.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안내문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엘리베이터가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택배 배송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입주민들은 "출근 시간에 엘리베이터 잡기 전쟁인데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새벽 배송, 로켓 배송은 원하면서 배달은 하지 말라는 건 모순"이라며 맞서고 있다.
입주민의 편의와 택배기사의 생존권이 맞붙은 상황.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는 택배기사에게 "이 시간에 오지 마라"고 명령할 법적 권한이 있을까.
"엘리베이터는 입주민 것" vs "배송 시간 제한은 월권"
우선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사무소 등)의 권한부터 살펴봐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승강기, 복도 등 아파트 공용부분을 유지, 보수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관리규약을 통해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관리는 우리 소관이니, 사용 시간도 우리가 정하겠다"는 논리는 여기서 출발한다.
하지만 관리주체가 시설물(승강기)을 관리할 권한은 있지만, 택배기사의 배송 시간까지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구속력의 범위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규약은 입주민들끼리의 약속이다. 입주민에게는 효력이 있지만, 제3자인 택배기사에게까지 그 규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안내문은 명령서가 아니라 '부탁'이다
아파트 곳곳에 붙은 안내문은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는 협조 요청에 불과하다.
택배 서비스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적 성격을 띤 서비스다. 단순히 입주민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시간대 영업을 막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택배 기사가 안내문을 무시하고 출퇴근 시간에 배송을 하더라도, 아파트 측이 이를 이유로 과태료를 물리거나 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요구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 이번 안내문에 포함된 ▲차고 높이(2.6m) 제한 준수 ▲승강기 문틈에 물건 끼우기 금지 등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시설물의 파손을 막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므로 관리주체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 이를 어겨 승강기가 고장 난다면 택배기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