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피고인의 이익으로…불법촬영범들 봐주고, 감춰준 법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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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피고인의 이익으로…불법촬영범들 봐주고, 감춰준 법원 ②

2022. 11. 01 11:24 작성2022. 11. 02 11:25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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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2)] 판결문 전수분석

1259명 중 1225명은 신상공개가 면제됐다

지난해 불법촬영을 저질러 처벌이 확정된 1259명 중 무려 1225명이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로톡뉴스는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일명 카찰죄)으로 처벌이 된 사건들을 분석해 총 3편의 기사를 발행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1>에서는 불법촬영이 지난해 확정판결 기준 몇 건이나 발생했는지, 어디서 가장 많이 발생 했는 지 등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2>에서는 신상공개 비율 및 양형사유 등을 분석하여, 불법촬영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법원의 전반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3>에서는 미국 법조계에 몸 담았던 교수들을 만나 한국의 불법촬영 판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후 기사에서는, 위 3편에서 담지 못했던 데이터와 판결문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불법촬영범 1259명 중 1225명의 신상은 '비공개' 됐다

불법촬영으로 유죄를 선고할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49조 제1항). 예외적으로 '공개해선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이를 면제해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 불법촬영을 저질러 처벌된 1259명 중 무려 1225명(97.3%)이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불법촬영범 100명 중 97명의 신상이 비공개인 셈이다.


지난해 불법촬영을 저질러 처벌이 확정된 1259명 중 무려 1225명이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면제된 사례가 많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불법촬영을 저질러 처벌이 확정된 1259명 중 무려 1225명이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면제된 사례가 많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편의점을 운영하며 손님들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일삼은 E씨의 경우도 신상 공개는 면제됐다. 그런데 그는 불법촬영으로 무려 '6번'의 전과가 있었다. 벌금형 2번, 징역형의 집행유예 2번. 그리고 실형까지 산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E씨는 출소 5개월 만에 또 카메라를 들었다. 누범(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범죄를 저지름) 기간임에도 반성은 없었다.


결국 불법촬영으로만 7번째 재판에 넘겨진 E씨. 그의 하드디스크에 발견된 불법촬영물은 무려 1694개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대전지법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미성년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는 점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E씨가 어디에 사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등의 정보는 비공개다. 이 밖에도 법원은 가해자가 4000번이 넘는 불법촬영을 저질렀을 때도, 동종 전과가 수차례도 있음에도, 불법촬영으로 인해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불법촬영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추가로 불법촬영을 했을 때도 모두 면제해줬다.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는 1259명 중 34명(2.7%)에 불과했다. 이미 성폭행 등으로 실형 전과가 있는 등 매우 한정적인 경우였다. 반대로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법촬영범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포'는 따로 처벌하는데, '유포'하지 않았다고 '촬영' 범죄를 봐줬다

신상공개 외에도 법원의 판단에 있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유포' 여부에 따른 양형 반영이다.


불법촬영은 언제든 온라인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다. 한 번 확산된 불법촬영물을 회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를 강력 처벌하겠다는 기조가 세워지면서, 불법촬영을 한 것뿐만 아니라 불법촬영물을 유포 등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조항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일부 판결들은 가해자가 불법촬영은 했으나, 유포한 정황이 없다는 사실을 유리한 양형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엄연히 '불법촬영'과 '반포(배포)'를 각각의 범죄 행위로 구별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그랬다. 1259명 중 376명이 유포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리하게 고려됐다. 심지어 이 외 7명의 경우는 불법촬영물을 유포했는데도,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건 아니다"라며 유리한 양형으로 반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에는 '가해자가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했는가'에 따라 감경 요인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돼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❶제작, 수입된 성착취물을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하거나 폐기한 경우 ❷유포된 성착취물을 상당한 비용ㆍ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를 말한다. 유포 여부와 별개로 봐야 한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있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해둔 양형기준. /대법원 양형위원회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있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해둔 양형기준. /대법원 양형위원회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유포하지 않았다"는 걸 선처 사유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긴 하다. 양형기준을 살펴봐도 '유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경요소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유포 여부가 여전히 판결문에 유리한 양형 사유로 등장하는 걸까.


익명의 변호사는 "기존 판결문에서 쓰였던 양형 사유를 기계적으로 참고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2018년 12월 이전 성폭력처벌법에는 불법촬영과 유포가 구별되지 않고, 한 처벌조항에 담겨있었다. 이에 불법촬영만 한 경우와 불법촬영을 하고 배포까지 한 경우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2018년 12월 이전 성폭력처벌법에는 불법촬영과 유포가 구별되지 않고, 한 처벌조항에 담겨있었다. 이에 불법촬영만 한 경우와 불법촬영을 하고 배포까지 한 경우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실제 지난 2018년 12월 18일 이전까진 적어도 이러한 양형 사유가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법촬영'과 '배포'가 각각의 범죄 행위로 구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촬영만 한 것인지, 나아가 불법촬영물을 배포까지 한 것인지 구별해야 했다. 불법촬영만 한 경우엔 배포까지 한 경우보다는 처벌 수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2월 18일 이후부턴 다르다. 당시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불법촬영'과 '반포'가 엄연히 다른 범죄 행위로 나뉘었다. 이에 익명의 변호사도 "법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유사 사건의 판례들을 참고해 관행적으로 판결문을 작성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기사는 정보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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