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주차' 응징했던 운전자들 사적제재에 경종 울리는 대법원의 첫 판결
'무개념 주차' 응징했던 운전자들 사적제재에 경종 울리는 대법원의 첫 판결
차량 앞뒤 막아 이동 막은 '보복 주차'에 재물손괴 적용⋯벌금 50만원 확정
재물손괴 = 다른 사람의 것을 망가뜨리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 적용

무개념 주차를 응징한 사연은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보복 주차'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제집 앞에 주차를 하는 차가 있네요. 그 차 앞에 제 차를 바짝 붙여뒀습니다. 제가 올 때까지 아마 못 움직일 겁니다. 차 뺄 때 주인 얼굴 좀 봐야겠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무개념 주차 응징한 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소재 중 하나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무개념 주차를 응징한 사연은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보복 주차'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차량의 원래 가치는 움직이는데 있는데, 그 가치대로 쓸 수 없게 만들었다면 '손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차량 본체에 손상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재물손괴를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만원형을 확정했다. 앞서 굴삭기 운전자인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서울 노원구 한 시멘트공장 근처 공터에서 B씨 소유의 승용차 앞뒤에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세워 움직이지 못하게 못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주차 보복은 일반적 수준을 넘어섰다. 승용차 앞쪽에 높이 120m 상당의 철근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웠고, 뒷쪽에는 굴삭기 파쇄기를 바짝 붙여놓았다. 사실상 차를 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유유히 떠났다.
승용차 주인인 B씨는 그날 밤 10시쯤 차를 빼러 갔지만, A씨가 차 앞뒤로 놓은 장애물에 막혀 차를 빼지 못했다. 112에 신고해 경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역시 실패했다. 결국 B씨는 차량을 빼는 걸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고, 약 18시간 동안 자신의 차를 쓸 수 없게 됐다.
검찰은 해당 사안에 '재물손괴'를 적용했다. 우리 형법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망가뜨린 것뿐만 아니라 '그 물건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재판의 쟁점은 A씨의 '보복 주차'가 "일시적으로 그 재물(차량)을 이용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북부지법은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만으로는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아무런 장애가 초래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차체에 손상이 없었으니 재물손괴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한다"며 "A씨가 장애물을 설치해 B씨의 승용차는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가 차를 빼려고 애썼다는 점을 언급하며 "A씨의 행위로 B씨가 약 18시간 동안 승용차를 본래의 용도인 운행에 이용할 수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2심 재판부는 설명했다.
대법원 또한 2심을 확정하면서 그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A씨가 구조물로 B씨의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해,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고 밝혔다. A씨의 행동이 "재물손괴가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일명 무개념 주차에 대해 '참교육'을 해왔던 몇몇 운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차를 잘못했다는 이유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차를 움직이기 못하게 한다면, 이 또한 죄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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