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도 옥탑방, 에어컨 약속 어긴 집주인 "월세 안 내면 나가"…누구 책임일까?
52도 옥탑방, 에어컨 약속 어긴 집주인 "월세 안 내면 나가"…누구 책임일까?
찜통더위 피해 모텔로
집주인은 "세입자가 설치 거부했다"며 적반하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옥탑방 월셋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입주 당시 집주인이 약속했던 에어컨 설치가 미뤄지면서 한여름 집안 온도가 52도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한 A씨 가족은 모텔 생활을 시작했다. A씨가 에어컨 미설치를 이유로 월세 납부를 보류하려 하자, 집주인은 "설치를 거부한 건 당신"이라며 오히려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집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A씨는 집주인의 약속 불이행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고,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5월까지 에어컨 달아준다" 약속 믿고 입주했는데…52도 찜통 된 옥탑방
A씨는 월세 계약 당시 집주인으로부터 '5월까지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옥탑방에 입주했다. 그러나 약속한 5월이 지나도록 에어컨은 설치되지 않았다.
한 달이 더 지나자 집주인은 중고 에어컨과 함께 설치기사를 보냈다. 문제는 설치 과정에서 터졌다. 기사가 에어컨 실외기를 다른 집들처럼 외부 난간이 아닌, 안방에 설치하려고 한 것이다.
A씨가 "실외기는 바깥에 설치해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기사는 화를 내며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집은 찜통으로 변했다. 옥상에 위치한 집의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어 52도까지 치솟았다. A씨는 결국 집을 나와 모텔에서 지내야 했다.
A씨는 집 온도가 찍힌 사진과 모텔 영수증 등 증거를 모두 모아뒀다. 그런데 월세일이 되자 집주인은 월세부터 내라고 독촉하며 A씨가 에어컨 설치를 거부해 벌어진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집주인 "설치 거부했다" vs 세입자 "정당한 요구"…법적 판단은?
법적으로 A씨의 요구는 정당하며 집주인의 계약 해지 통보는 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이 임차인이 집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에어컨 실외기를 베란다 내부에 두면 열기 배출이 되지 않아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다"며 "외부 설치를 요구한 것을 부당한 설치 거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하려 한 것은 집주인이 온전하게 에어컨 설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역시 "실외기를 안방 창문 아래 내부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설치 방식이 아니므로, A씨의 거부를 설치 방해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오히려 집주인이 먼저 계약상 의무를 어겼으므로, 월세를 한 번 내지 않았다고 해서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박현익 변호사는 "민법상 월세를 2기 이상 연체해야만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연체 내역이 없다면 단 1회 미납을 이유로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텔비·이사비 손해배상 청구 가능
변호사들은 A씨가 집주인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집주인의 에어컨 설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임대인의 에어컨 설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모텔비·이사비는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 역시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며, 모텔 숙박비와 이사비 등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변호사들은 월세를 무작정 내지 않기보다는 법적 대응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는 "먼저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에어컨 설치 약속, 설치 무산 경위, 모텔에서 지낸 사정 등을 명확히 통지하는 것이 좋다"며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면 해지와 보증금 반환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