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의혹 전재수 장관, '사퇴' 승부수 던진 법적 셈법은?
뇌물 의혹 전재수 장관, '사퇴' 승부수 던진 법적 셈법은?
"불가리 시계? 사실무근"
25년 전 '한빛은행 사건' 소환된 이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현직 장관이 뇌물수수 의혹 제기 직후 전격 사퇴하고, 곧바로 경찰 수사가 개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일교로부터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사퇴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퇴를 두고 혐의 인정이냐, 결백 입증을 위한 배수진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25년 전의 박지원을 보는 것 같다"며 전 전 장관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뇌물 수사를 넘어, 수사 주체와 재판 관할권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장관 신분 벗어야 산다"… 사퇴의 법적 함의
통상 고위 공직자가 비리 혐의를 받을 때 사퇴 시점은 중요한 법적 전략 중 하나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과거 사례인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을 언급하며 전 전 장관을 변호했다.
박 의원은 "제가 25년 전 문체부 장관을 할 때 한빛은행 행장 얼굴도 모르는데 압력을 넣었다는 공격을 받았다"며 "현역 장관으로 비리 관계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적당치 않아 사표를 냈고,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고 회고했다.
즉, 전 전 장관의 사퇴 역시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을 덜기 위한 정무적·법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현직 장관 신분은 수사기관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피의자 입장에서는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박 의원은 "전재수 의원은 사치하는 분도 아니다. 불가리, 까르띠에 시계를 받아서 차고 다닐 분도 아니다"라며 혐의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경찰 수사냐, 특검이냐… 쟁점은 '수사의 신뢰성'
사건은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이첩되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 일각에서는 '통일교 게이트'로 규정하며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특검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예외적으로 도입된다. 박지원 의원은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특검은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지금은 경찰 국수본에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영호(통일교 전 본부장) 씨의 진술이 보신용이나 거래용일 수 있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특검을 도입할 경우,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지연될 수 있다는 법적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논란 피해갈까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된 헌법적 쟁점도 다뤄졌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특정 사건만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항소심부터 시작하자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1심은 기존 법원 체계를 따르되, 2심부터 전문 재판부를 두어 위헌 시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입법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강경한 태도와 당 지도부의 신중론 사이의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도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게 민주정당"이라며 "결이 다르지 않다"고 일축했다.
전재수 전 장관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제2의 박지원'이라는 박 의원의 예측대로 무혐의로 끝날지, 아니면 야당의 주장대로 거대한 게이트의 서막이 될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