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3)] 사기나 협박을 하면 어떤 과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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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3)] 사기나 협박을 하면 어떤 과보가?

2020. 09. 03 10:13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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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1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가진 사람이 그 항아리를 50만원에 팔겠다는 의사를 속아서 표시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셔터스톡

1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가진 사람이 그 항아리를 50만원에 팔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면 사적 자치의 원칙상 그 의사표시는 그대로 법적인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싸게 판다고 한 의사표시가 다른 사람에게 속거나 협박을 받아서 하게 된 것이면 문제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속아서 한 잘못된 의사표시를 '사기(詐欺)에 의한 의사표시'라 하고, 다른 사람의 협박을 받아 마지못해 한 의사표시를 '강박(强迫)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한다. 이 둘을 합하여 흔히 '하자(瑕疵) 있는 의사표시'라고 하는데, 한자가 어려워서 '가비'라고 잘못 읽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어려운 말을 피해서 요새는 '흠 있는 의사표시'라고도 한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예로는 달항아리의 가치를 잘 모르는 소유자가 그 항아리에 흑심을 품은 사람이 값싼 항아리라고 한 말에 속아서 50만원에 판 경우를 들 수 있다. 매수인의 속임수로 그 항아리가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고 착오를 일으켜 헐값에 팔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다른 사람의 협박에 공포심이 생겨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이다. 달항아리를 50만원에 팔지 않으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여 하는 수 없이 그 값에 팔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경우다.


속아서 했건, 협박을 이기지 못해서 했건 이러한 흠 있는 의사표시에 그대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민법은 흠 있는 의사표시를 다음과 같이 다룬다. ① 사기나 강박을 한 사람이 거래 상대방이면 사기나 강박을 당한 사람은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② 사기나 강박을 한 사람이 거래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이고, 거래 상대방이 제3자의 사기나 강박을 알고 있거나 일상적인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사기나 강박으로 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아무런 잘못 없이 사기나 강박을 몰랐을 경우에는 상대방을 보호해야 하므로 취소가 불가능하다. 그러면 흠 있는 의사표시를 한 사람은 사기나 강박을 한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사기나 강박 등의 행위가 있으면 민법에서는 이로 인한 흠 있는 의사표시의 효과를 부정할 수 있도록 하여 의사표시를 한 사람을 보호한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는 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어 피해자에게 생긴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진다. 위에서 언급한 제3자로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거래 당사자도 자기가 한 사기와 강박행위에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이러한 위법행위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사람은 그 위법행위로 손해가 생겼을 때는 그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하나의 위법한 행위가 민사적으로는 불법행위가 되고, 형사적으로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사기나 강박 등의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와 공갈죄 등의 범죄가 되어, 형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채권자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민사사건의 형사화(刑事化)라고 하는데, 일단 채무자를 고소해서 구속시켜 다급한 채무자로 하여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무를 갚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중 상당수가 형사고소가 아니라 의사표시의 취소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으로 해결해도 충분하다.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하므로 실제로 형사사건에서는 범죄 성립요건이 민사사건의 위법행위 성립요건보다 훨씬 까다롭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고소는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남에게 속지 않고 남의 협박에 걸려들지 않을 슬기가 필요하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법률생활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다. 다만, 법을 좀 안다고 함부로 형사고소 등 남을 괴롭히는 짓을 하면 "아는 것이 병"이 되어 그 과보는 따로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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