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지배욕이 부른 모텔 연쇄살인…전문가 "다음 예비 목표물도 있었을 것"
왜곡된 지배욕이 부른 모텔 연쇄살인…전문가 "다음 예비 목표물도 있었을 것"
"재우려 한 것" 주장에도 약물 2배 투여
전문가 "왜곡된 지배욕이 동기"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숙취해소제에 수면제 등 약물을 섞어 남성들에게 먹인 뒤 숨지게 한 이른바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피의자의 기이한 행적과 범행 동기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전말을 짚으며 피의자의 심리 상태와 추가 범행 가능성을 진단했다.
경찰 소환일에 벌어진 세 번째 범행… "쫓기는 자의 급박함"
이 사건의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범행 시점이다. 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난해 12월 14일 남자친구에게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1차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1월 28일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다른 남성에게 약물을 먹여 숨지게 한 2차 범행(1차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은 2월 2일 피의자를 특정해 출석을 요구했고, 당초 2월 9일 출석이 약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출석일을 미뤘는데, 피의자는 원래 출석하기로 했던 바로 그 2월 9일에 3차 범행(2차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오 교수는 "뭔가 시간적으로 쫓기고 있지 않았는가"라며 "경찰이 이미 자신을 특정했기 때문에 1명이라도 좀 더 범행을 하는 쪽으로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피의자는 3차 범행 후 택시를 타고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가면서 기사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등 급박감을 보였다.
생체 실험 후 용량 늘려… '미필적 고의' 인정될까
범행 수법도 치밀했다. 피의자는 의사 처방을 받아 수면제나 항불안제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을 구한 뒤 이를 가루로 만들어 숙취해소제에 섞었다. 이 약물은 다량의 알코올과 섞일 경우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교수는 피의자가 1차 범행 당시 남자친구를 상대로 일종의 '실험'을 했다고 봤다. 오 교수는 "한 번 먹였더니 4시간 정도 꼼짝 못 하더라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이후 SNS나 클럽 등 오프라인에서 만난 지인 아닌 남성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범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는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재우기 위해 약을 준 것"이라며 살해 고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다른 약물도 복합적으로 검출되었고, 피의자 스스로도 두 번째 범행부터 약물 용량을 두 배가량 늘렸다고 진술했다.
오 교수는 피의자의 주장을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한 합리화"라고 일축했다. 경찰 역시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가 통제한다"… 사회에서 밀려난 자의 왜곡된 지배욕
그렇다면 A씨는 왜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을 살해했을까. 일각에서 제기되는 '남성 혐오' 가능성도 있지만, 오 교수는 인간관계를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려는 조정 통제 욕구에 주목했다.
피의자는 중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도벽 등의 문제로 퇴학당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도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해 그만두는 등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 맺기에 실패한 과거가 있다.
오 교수는 "수동적으로 (사회적 무대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자기가 주도적으로 무언가 설계하고 끌고 나가는 입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본인이 거기에서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압수수색서 쏟아진 약물… "다음 목표물도 있었을 것"
피의자의 범행 간격이 매우 짧았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 교수는 현재 드러난 추가 사망자는 없지만 잠재적인 피해자들은 더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오 교수는 "SNS상에서 관계를 맺은 남성들, 그리고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약물들을 보게 된다면 다음 범행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