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과 지식재산 (4)] 과학기술 발전과 한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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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고갈과 인류의 종말을 연결 짓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전세계의 눈은 미래 에너지를 향해 간다. 그 중심에는 '수소'가 있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19세기 중반부터 200년 가까이 인류는 석탄과 석유 자원에 의존해서 교통·통신의 발달과 산업혁명을 이끌어 왔습니다. 인터넷 등장으로 새로운 정보통신 혁명이 시작된 20세기 후반까지도 만일 석유가 고갈되면 인류문명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인류는 역사상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미세입자부터 우주산업까지 새로운 과학적 아이디어와 발명(invention)이 속속 등장하고, 각종 첨단과학 기술이 한꺼번에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이 보편화되고 수소에너지, 태양광, 핵융합에너지 개발 노력이 세계적으로 동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이미 대중화되고,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전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2030년 이내, 우리나라도 2035년까지는 전기자동차로 완전 대체될 예정입니다. 예전에는 전기자동차는 아무리 힘이 좋아도 내연기관을 가진 엔진 자동차에 비해서 힘이 약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 개발되는 전기자동차들은 심지어 1000마력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1000마력이면 기존의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힘이며, 이번에 기아자동차에서 출시되는 전기자동차는 '제로백(정지 상태부터 100m 도달 소요 시간)'이 3.5초로 포르쉐와 람보르기니를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배터리 충전 방식도 따로 복잡하게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 없이, 가로등이나 아파트 주차장 등 간편하고 다양한 충전방식들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기술진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초물질에는 '반도체'말고도, '삼중수소'가 있습니다. 수소의 동위원소 중 하나인 '삼중수소'는 한때 거기서 방출되는 방사능 때문에 폐기물로 취급 되었지만, 과학의 발전 덕택에 인류의 미래 에너지를 책임지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인도·일본·중국 등 7개국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삼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전 세계 대학교와 연구소, 발전소마다 차세대 에너지 연구개발을 위해서 필요한 기초물질이기 때문에 지구상 어떤 희귀물질보다도, 반도체보다도, 금보다도 비싼 물질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없는 나라도 기후 변화대책, 수소개발 연구는 해야 하므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로 대접받게 된 것입니다.
조만간 우리 인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 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석유 문명은 한계에 이미 다다랐고, 지하자원을 가진 나라가 강대국이라는 패러다임은 지났습니다. 그러니 석유 부국이던 중동국가들이 금세기 안에 최빈국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추격전략 위주의 경제발전을 추구해 왔으나, 지금은 첨단산업의 선두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는 시대는 결국 젊은이들을 양성해서 첨단산업을 가진 나라가 강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시대의 개막을 선언했습니다. 지구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길입니다. 수소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삼중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삼중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 즉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원자력산업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가압중수로형으로 건설된 월성원전이 삼중수소를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쌓아온 원자력 기술과 2020년에 새로 출발한 수소산업의 융합과 협력을 통해서, 당대는 물론 후손들까지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무한한 잠재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원자력·신재생·배터리 기술와 같은 에너지 분야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부러워할 첨단산업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5G 통신· 나노기술·LNG 조선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의약품과생명공학 기술도 성장과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민간 우주산업의 발달로 화성 우주여행에 6개월 소요가 예상되지만, 장차 원자력 추진엔진을 사용하면 3개월로 단축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주산업의 후발 국가인 우리나라도 원자력기술을 통해서 선두국가 대열에 동참할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가난한 자원 빈국이던 우리나라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은 축복이자 기적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원전산업을 비롯한 첨단 에너지 기술의 기반과 생태계를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직도 미흡한 선진기술 개발과 확보에 더욱 노력해서 해외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등 후발국가의 국가 핵심기술 침탈이나 유출 시도를 차단하고 국부의 원천인 지식재산권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일찍이 미국이나 유럽제국들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사회풍토와 합리적인 지식재산권 제도 덕택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도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국만 강대국이 돼야 한다는 좁은 생각이 아니라, 밖으로 인류사회와 지구촌 전체에 공헌하겠다는 각오와 성숙한 시민의식의 실천이 뒤따라야 할 때입니다. 거기에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창의력이 보태지면 더 도약할 수 있고, 글로벌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첨단 산업기술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나 진영논리는 지양하고, 과학기술계의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여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고급기술 인력 육성을 통해서더욱 세계 일류 국가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