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 짧은 바지 입은 20대 여성 '몰카' 찍었는데⋯법원 "성범죄 아니다" 왜?
방 안에서 짧은 바지 입은 20대 여성 '몰카' 찍었는데⋯법원 "성범죄 아니다" 왜?
다리 든 20대 전신 촬영은 '무죄'
몰카 처벌 가른 성적 수치심의 법적 기준

방 안에서 20대 여성을 촬영한 남성에게 법원이 성적 수치심 유발 신체 촬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새벽 시간 자신의 방 안에서 짧은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들어 올린 20대 여성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은 지난 2023년 12월 30일 새벽 시간대 피고인 A씨의 집에서 일어났다. A씨는 자신의 방 안에서 짧은 검정색 반바지와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던 피해자 B씨(25·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당시 B씨는 침대를 등지고 방바닥에 앉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고 보고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의 얼굴과 가슴, 다리 부위가 부각되도록 찍어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었다.

특정 부위 부각 없이 전신 촬영…법원 "성적 수치심 유발 신체 아냐"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환기 판사는 지난 2월 11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촬영된 영상 속 모습이 법에서 정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장소와 각도,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해당 사진과 영상을 분석한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옷이 신체에 밀착되어 특정한 부분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방바닥에 앉아 다리를 올리려는 피해자의 전신을 촬영하긴 했으나, 특별히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키지 않았고 피해자 뒤편의 침대도 함께 촬영됐다"고 설명했다.
불쾌감 넘어선 성범죄 인정 안 돼
무죄를 가른 또 다른 배경은 당시 상황과 분위기였다. 영상 속 B씨는 A씨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 하거나 발로 차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비교적 근접한 거리에서 촬영하기는 했으나, 성적 욕망이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자세라기보다는 대화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던 중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사진 속 피해자의 시선이 카메라 렌즈를 향하고 있어 애초에 피해자 의사에 반해 몰래 찍은 것인지부터 의문이 든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 몰래 전신을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인 성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결국 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