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인정되지만, 아이 돌봐야"…아동학대 부모는 그렇게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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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인정되지만, 아이 돌봐야"…아동학대 부모는 그렇게 풀려났다

2022. 10. 09 12:06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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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매 물고문한 친부⋯"피해자들 부양할 사람 없어" 집행유예 선고 논란

가족 부양을 이유로 풀려난 아동학대 부모, 또 있을까

자녀를 학대해 재판에 넘겨진 부모들. 하지만 법원은 '피해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들에게 선처했다. 어떤 사건들이었는지 확인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수차례 때려 복숭아뼈를 부러뜨렸다. 물통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빼는 물고문도 했다. 소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친부가 무려 9년 동안 어린 세 남매에게 했던 학대 행위들이다. 지난 8월, 친부는 결국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법원은 그를 피해자들이 있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구지법 형사4단독 김대현 판사는 피고인이 구금될 경우 피해자들을 부양할 사람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친부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들의 유일한 양육자. 재판부는 그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될 경우, 보호자 없이 남겨질 미성년 자녀들의 삶을 고려해 이 같은 선처를 했다. 현실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지만, 법원 결정에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 피해자들이 또다시 학대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로톡뉴스는 '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피해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유로 선처받은 사례가 더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 8월 31일 기준,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 양형 이유에 '피해자를 비롯해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 등이 언급된 사건을 추렸다.


피고인이 피해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은 유리한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됐다. /대법원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피고인이 피해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은 유리한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됐다. /대법원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판결문 속 피고인들의 범행은 어린 피해자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줬다. 이에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피고인 외에 양육자가 없는' 현실보다 우선시 되지 못했다.


걸핏하면 흉기와 허리띠 휘둘렀던 엄마⋯'가족 부양' 이유로 집행유예

"공부 안 하고 어디를 돌아다녀."


지난 2018년 어머니 A씨는 중학생인 딸이 독서실에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격분했다. 이후 그는 귀가한 딸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당시 A씨의 모습은 그저 '훈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A씨 손엔 주방에서 가져온 흉기가 들려있었고, 그 끝은 딸을 향해 있었다.


사실 A씨가 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5년 봄에도 A씨는 B양에게 화를 내면서 갑자기 주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B양에게 들이밀며 찌를 듯한 행동을 했다.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리기도 하고, 허리띠를 채찍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위반과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A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됐을까.


지난해 5월,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단독 김창용 판사는 "A씨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컸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A씨는 피해 자녀 등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고려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A씨의 경우, 피해 자녀 등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고려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하지만, A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씨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고려돼 집행유예(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김창용 판사는 "배우자 사망으로 인해 피고인 혼자 (B양을 비롯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B양의 처벌불원 의사 등도 유리한 사유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시설이 더 행복" 학대한 엄마와 살기 거부했지만⋯그래도 '집유'

1개, 2개, 3개, 4개…


경기도의 한 주택에서 배드민턴 라켓이 하룻저녁 사이에 연달아 부러져 나갔다.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연습하는 게 아니었다. 어머니 C씨는 라켓을 자신의 9살 아들을 향해 휘둘렀다.


학창시절 배드민턴 선수였던 C씨. 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라켓을 이용해 온몸을 때렸다. 라켓이 부서지면 다른 라켓을 가져와 폭행을 반복했다. 이 일로 아이는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밖에도 C씨는 향이 강한 음식 재료들로 아들을 학대했다. 바로 마늘, 양파, 생강 등을 강제로 먹인 것. 대부분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거나, 유튜브 영상을 봤다는 이유였다.


결국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 지난해 11월, 이 사건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4단독 조형우 판사는 "죄질이나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C씨는 9살에 불과한 어린 아들을 여러차례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9살 아들을 배드민턴 라켓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한 C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또한, 피해자인 아들도 C씨와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것 역시 불리한 정황이었다. 오히려 "시설 생활을 행복하다고 여긴다"며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썼다.


하지만 조형우 판사는 C씨에게 집행유예(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를 선고했다. C씨에게는 9살 아들 외에도 18개월 된 딸이 있었는데, 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C씨가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하여 불우한 성장 과정을 겪은 것이 각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잘못을 뉘우치며 정신적 문제나 자녀 훈육에 관한 치료 상담을 다짐한 점 등도 고려됐다.


다만, 조 판사는 재범 방지를 위해 2년간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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