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협조하라" 협박한 보이스피싱 일당에 '공무원 사칭죄' 적용이 이례적인 이유
"수사 협조하라" 협박한 보이스피싱 일당에 '공무원 사칭죄' 적용이 이례적인 이유
'검사' '경찰' 등 수사기관 사칭에도 대부분 경범죄로 벌금 10만원
공무원으로서의 권한 행사를 해야 '공무원자격사칭죄' 성립돼 가중처벌 대상
'김민수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일당, "수사에 협조해라" 말 안 했다면 가중처벌 대상 아냐

대담하게 '검사'를 사칭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월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 준비생 김모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됐다.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이들은 "금융사기단이 김씨의 통장으로 수백만원을 인출한 사실이 발견됐으니 수사에 협조하라"고 김씨를 압박했다. 만약 불응하거나 통화를 끊는다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은 물론 전국에 지명수배까지 내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김씨는 11시간가량 이들에게 시달리다, 자신의 실수로 전화가 끊어지자 다가올 처벌에 대한 불안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반인 입장에서 '검사'는 그 명칭만으로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담하게 '검사'를 사칭한 이들은 어떻게 가중처벌될까.
변호사들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검사'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더라도, 가중처벌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김장천 변호사는 "'공무원자격사칭죄'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단순히 검사 등 공무원을 사칭하는 것만으로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추가로 사칭한 공무원의 '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를 사칭했다면 실제 범죄 수사, 공소제기 등과 같은 검사의 권한을 행사해야 죄가 된다는 말이다.
그럼 단순히 검사를 '사칭'한 것은 전혀 처벌되지 않을까. 법무법인(유) 세한의 박영동 변호사는 "직권 행사가 없는 단순한 사칭은 경범죄처벌법상 경범죄(관명 사칭)가 될 뿐"이라고 했다.
'공무원자격사칭죄'는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700만원에 처할 수 있는 반면, 단순 '관명 사칭' 경범죄라면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이 전부다.
사실상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검사'를 사칭해도 처벌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변호사들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이번 보이스피싱 일당은 다르다고 했다. 이들에겐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사의 '직권 행사'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장천 변호사와 박영동 변호사 모두 "수사는 검사의 직무에 해당한다"면서 "(보이스피싱 일당이)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직권을 행사한 경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사기죄'와 '검사 사칭'에 따른 '공무원자격사칭죄'까지 성립해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