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간의 '주차 알박기', 경고문 무시한 차주 처벌 가능할까?
10일 간의 '주차 알박기', 경고문 무시한 차주 처벌 가능할까?
변호사 16인 '건조물침입죄' 유무죄 공방
사유지 무단주차, 법의 회색지대를 파헤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 집 주차장에 낯선 차가 열흘 넘게 버티자, 집주인은 결국 그를 고소했다.
차주 연락처는 없고, '차를 빼달라'는 경고문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경찰의 강제 견인도 불가능한 상황. 명백한 재산권 침해 앞에서 집주인 A씨는 분노 끝에 형사 고소를 결심했다.
과연 '주차 알박기'는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 16인의 의견은 '처벌 가능'과 '현실적으로 어려움'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법의 회색지대에 놓인 무단주차 논란의 핵심과 현실적인 3단계 대응법을 집중 취재했다.
사건은 지난 3월, A씨 소유의 빌라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생전 처음 보는 차량이 주차 공간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요지부동이었다.
A씨는 '이동 주차 요구' 안내문(3월 8일)에 이어 '민·형사상 고소' 경고문(3월 12일)까지 붙였지만, 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결국 A씨는 주차 시점이 담긴 CCTV 영상까지 확보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 주차장 '건조물침입죄' 성립될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건조물침입죄(형법 제319조)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대범 변호사는 "빌라 주차장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며 범죄 성립을 확신했다.
핵심은 주차장이 단순한 공터가 아닌, 건물 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을 보호받아야 할 사적 영역이라는 점이다.
오승윤 변호사 역시 "빌라 주차장이 건물에 부속된 위요지(건물의 이용에 제공되는 주변 토지)로서 외부와 경계가 명확하다면 범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경고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퇴거를 요청했음에도 차주가 응하지 않은 점은 '침입의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주차 위반을 넘어선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차단기 없으면 무죄? 엇갈린 판례의 속뜻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든 무단주차를 범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다.
안영림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건조물침입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실제 차단기가 없는 상가 주차장에 약 2시간 30분간 주차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례(서울중앙지법 2022노1480)도 있다.
당시 재판부는 "주차장 관리자가 외부인의 출입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 정도의 주차 행위만으로는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깨뜨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조계는 이 판례를 A씨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2시간 남짓한 일시적 주차와,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10일간 '점거'한 행위는 '평온상태 침해'의 정도와 '침입의 고의성' 면에서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소송보다 빠른 해결, 전문가가 말하는 '3단계 현실 대응법'
그렇다면 법적 다툼 이전에 A씨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보다 냉정한 '단계적 대응'을 주문했다.
1단계: 경찰 신고로 차주 특정
가장 먼저 할 일은 112 신고다. 경찰은 사유지 문제에 직접 개입해 견인할 수는 없지만, 차량 조회를 통해 차주 연락처를 확보하고 연락을 시도해줄 수 있다. 이 과정 전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향후 법적 다툼의 첫 단추가 된다.
2단계: 내용증명으로 최후통첩
차주 정보가 확보되면 즉시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한다. '특정일까지 차량을 옮기지 않으면 민·형사 소송과 함께 무단 점유 기간의 주차료를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향후 소송에서 '퇴거 불응'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3단계: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실리 확보
최후의 수단은 소송이다. 다만 불송치 가능성이 있는 형사 고소보다, 무단 점유 기간의 주차비 상당액을 청구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이 더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내 금전적 손해를 보상받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결국 현행법상 '주차 알박기'는 형사 처벌의 문턱이 높은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차단기 없는 주차장을 가진 시민의 '재산권'과 운전자의 '일반적 통행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16인 변호사들의 공통된 조언은 명확하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증거 확보, 공식 요청, 민사 해결'이라는 냉정한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내 재산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주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