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돕겠다던 '비대면 약 배송'…어쩌다 대도시 청년 탈모·여드름약 구매처 됐나
취약계층 돕겠다던 '비대면 약 배송'…어쩌다 대도시 청년 탈모·여드름약 구매처 됐나
강경연 국장 "의료 소외계층 접근성 개선 취지 무색"
플랫폼 배 불리기 우려

비대면 약 배송 제도가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보다 대도시 청년층의 비급여 약 구매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연합뉴스
취약계층을 향해야 할 '비대면 약 배송' 제도가 대도시 청년들의 탈모·여드름 약 구매 수단으로 변질될 위기에 처했다.
5년 넘게 시범 사업으로 명맥을 이어온 약 배송 제도가 올해 12월 섬·외딴 지역 주민과 장기요양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 전면 시행을 앞두고 돌연 확대 논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섬마을 향해야 할 약 배송, 대도시에 멈춰
제도의 뼈대인 비대면 진료의 본래 목적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이 멀어 치료받기 힘든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당초 명분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강경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해보니 탈모약이나 여드름 약 같은 비급여 진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용자도 농어촌 고령층이 아니라 대도시의 젊은 층이 다수였다"고 꼬집었다.
플랫폼 사업 기회 열어주기 의혹
이러한 상황에서 제한적 시행이 안착하기도 전에 정부가 서둘러 배송 대상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자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 시장 활성화에 정책 무게추가 쏠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 국장은 "약 배송 확대 논의하는 협의체 안에 플랫폼 업체들이 들어가 있고, 보도 자료 발표조차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했다"며 "결국 플랫폼 업계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편리하다"는 환자 vs "위험하다"는 의약계
더 큰 문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성이다. 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약물 오남용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강 국장에 따르면, 실제 제도를 경험한 의사와 약사의 80%는 불확실한 처방과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불안하다'고 답한 반면, 환자의 80%는 '안전성이 유사하다'고 답해 심각한 인식 격차를 드러냈다.
강 국장은 이 인식 격차를 짚으며 "편리함과 안전성은 다른 문제이며, 약은 꼭 필요할 때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약사가 직접 취약계층을 찾아가 복약지도를 하는 근본적 대안이 플랫폼의 이윤 논리에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