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찾아가고, 매일 연락해도…스토커 53명 중 33명은 집행유예
매일 찾아가고, 매일 연락해도…스토커 53명 중 33명은 집행유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는 어떻게 변했을까. 스토킹처벌법 관련 판결문을 분석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가해자 전주환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전주환은 살인 전, 무려 350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을 하는 등 스토킹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않자 결국 신당역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비판 이후 4개월 동안 변화가 없진 않았다. 대표적으로 법무부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는 어떨까. 전주환 사건 이후인 지난해 4분기(2022.10.01~2022.12.31) 스토킹처벌법 관련 판결문을 분석해봤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해 불안감 등을 일으키는 행위' 일체를 스토킹행위로 본다(제2조 제1호).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지켜보는 행위,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등이 모두 '스토킹 행위'에 포함된다. 이런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처벌 대상이다(제2조 제2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18조 제1항). 또한 잠정조치(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접근 금지 등을 결정하는 것)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제20조).

정확한 분석을 위해 추가 혐의 없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만' 처벌된 판결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추린 판결문 수는 총 53건, 피고인 수도 53명이었다.
사건 유형 중 가장 많았던 건, 역시 '과거 연인' 사이였던 경우였다. 53건 중 29건(약 55%)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다음은 직장 동료, 독서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이 등 단순 '지인'이었던 경우가 18건( 34%)이었다. 그 외 층간소음 관련 '이웃'이 3건(6%), 채무관계 등 분류가 어려운 경우가 3건(6%)이었다.
법원도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었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정신적 공포와 불안이 매우 크다"며 "다른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양형 사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스토킹 가해자들을 선처해줬다. 다음과 같았다.
"스토킹 정도가 중하진 않았다", "스토킹 당시 욕설과 협박을 동원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종 범행 이후 다시 스토킹 행위를 다시 한 사실은 없어 보인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알코올 의존 증후군, 우울증 등으로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고령이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사를 하고,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삭제했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처벌 수위는 어땠을까. 스토킹 가해자 53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무거웠을 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그쳤고, 가장 가벼웠을 땐 벌금 100만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53건 중 33건(약 62%)으로 가장 많았다. 단순 벌금형으로 그친 경우도 6건(11%)이었다. 평균 벌금 액수는 약 192만원이었다. 가장 가벼웠을 땐 벌금 100만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피해자의 처벌 불원에 따른 '공소 기각'도 14건(27%) 있었다. 공소 기각이란 소송의 형식적 조건이 결여됐을 때 사건의 실체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형사 처벌이 아니다.

현행법상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인데,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법무부가 지난해 9월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법이 바뀌기 전이다.
스토킹 사건 중 가장 처벌이 무거웠던 사건 중 하나는 가해자가 성당 신부를 스토킹한 경우였다. 가해자는 약 1개월간 거의 매일 피해자가 있는 성당을 찾아갔다. 그러다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는데도 스토킹 행위를 지속했고, 그러다 유치장에 유치됐는데도 이후 다시 스토킹을 반복했다.
창원지법 전주지원 한종환 판사는 양형 사유로 "피고인(가해자)이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약식명령을 1회 받은 외에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모녀인 경우도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등교하는 10살 초등학생 여아를 스토킹하고, 이후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접근해 "〇〇엄마 맞으시죠. 함께 아이를 키우며 같이 살아요"라고 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남성.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못했지만,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초범이고, 가해자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일부 스토킹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헤어진 뒤 전 여자친구 등에게 전화를 걸고, "평생 저주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낸 사건이었다.
그런데 법원은 '전화'를 반복적으로 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문자를 보낸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그 이유로 "전화를 걸었으나 실제 통화하진 못했으므로 스토킹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전화 등을 이용해 말이나 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고 △부재중 전화가 왔다는 메시지가 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일 뿐 '음향'이나 '글', '부호'를 도달하게 한 게 아니라는 취지였다. 피해자 입장에선 벨 소리가 울리는 것 자체가 공포일 수 있지만, 법원은 실제 전화를 받지 않는 이상 음향이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걸려 오는 부재 중 전화'에 대해 위 같이 스토킹처벌법상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유죄로 보는 경우도 있다. 개별 판사마다 유·무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관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향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4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