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뿐인데 징역 4년?" 군형사변호사가 짚은 군 성범죄 유무죄 가른 '결정적 차이'
"진술뿐인데 징역 4년?" 군형사변호사가 짚은 군 성범죄 유무죄 가른 '결정적 차이'
성인지적 관점과 군 조직 특수성 결합
객관적 증거 없는 사건의 사법적 판단 기준 분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군대라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상황에서, 군형사변호사들은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완전히 뒤바뀐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군인등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이 확정된 사례(서울고등법원 2023노1539)의 경우, 피해자의 초기 대응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직후인 2022년 6월 15일 점심 무렵, 당시 교제 중이던 지인 B씨에게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비록 실제 고소는 2개월 뒤에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B씨와의 사적인 갈등이 섞여 있었으나, 법원은 사건 직후에 이미 사실을 알렸다는 점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반면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사례(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2고합35)는 진술의 구체성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13세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이나 옷차림, 함께 있었던 시간 등 객관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전혀 진술하지 못했다.
특히 피해자가 단기간에 수십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인물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무죄 판결로 이어졌다.
일관성과 성인지적 관점… 법원이 진술을 믿는 이유
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다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도5407). 특히 군 내 성범죄는 계급 관계와 폐쇄적인 조직 특성을 고려한 '성인지적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다.
피해자가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대법원 2020도6965). 실제로 후임병을 상대로 빨래집게를 이용해 신체 부위를 가학적으로 추행한 사건(대전고등법원 2024노81)에서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수사 과정 중 일부 불일치했음에도 유죄를 인정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허위로 고소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다. 군형사변호사들은 "진술의 사소한 불일치보다는 전체적인 맥락과 진술을 하게 된 경위, 그리고 사건 직후의 정황 증거들이 신빙성 판단의 핵심이 된다"고 분석한다.
민간보다 엄격한 군 형법… 계급의 무게가 형량 높인다
군 성범죄는 일반 형법보다 법정형 자체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군이라는 공동체의 사기와 단결력을 저해하고 군 기강을 흔드는 중죄로 보기 때문이다. 강간죄의 경우 일반 형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군형법은 5년 이상으로 하한선이 더 높다.

실제 양형 사례를 보면 군 내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잣대를 확인할 수 있다.
군 선임이 후임병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폭행과 강제추행을 저질렀던 사건(광주지방법원 2020고합543)에서는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군대 내 상하관계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이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한 군형법상 성범죄(제92조의6 제외)는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범죄에 포함되어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취업제한 등의 강력한 부수 처분이 뒤따른다. 다만 현역 군인 등 군법 적용 대상자에게는 사회봉사나 수강명령을 직접 내릴 수 없다는 특례가 있어,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 경우에도 재범 방지를 위한 신상정보 등록 시스템은 철저히 가동된다.
기소율 낮은 군 성범죄… 침묵 깨는 사법적 보호 필요
과거 통계에 따르면 군인 성범죄 기소율은 약 44.7%로 민간(약 53%)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여군 대상 성범죄의 경우 실형률이 5% 미만인 경우도 있어 군 조직 내 '제 식구 감싸기'나 '보복 우려로 인한 신고 기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군형사변호사들은 군 내 성범죄 해결을 위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다투는 동시에, 신고자가 진급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판례들이 성인지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만큼, 피해 진술의 논리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결정적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