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씩 21개월… 예비 장모님 ‘불법 사채’ 빚, 약혼녀가 떠안게 됐습니다
월 200만원씩 21개월… 예비 장모님 ‘불법 사채’ 빚, 약혼녀가 떠안게 됐습니다
장모는 파산했는데, 연 48% 불법사채 5천만원 떠안게 된 사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미래를 그리던 A씨 커플 앞에 날아든 5천만원의 빚 독촉장. 시작은 예비 장모 C씨가 빌린 돈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연 48%에 달하는 불법 고금리와 교묘한 계약의 덫이 숨어 있었다. 어머니의 파산으로 이제 그 빚은 고스란히 연대보증인이었던 약혼녀에게 향하고 있다.
당시 C씨의 딸이자 A씨의 약혼녀인 B씨는 어머니를 믿고 ‘연대보증인’ 칸에 이름을 올렸다. 법정 최고이율인 연 20%가 적힌 공정증서까지 작성했기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계약서 뒤에는 잔혹한 구두 약속이 숨어 있었다. C씨는 채권자와 ‘월 200만원씩 이자를 낸다’고 약속했다. 원금 5천만원에 대한 월 200만원은 연리로 환산하면 48%에 달하는 명백한 불법 고금리였다.
C씨는 21개월간 이자 명목으로만 4200만원을 갚아나갔다.
비극은 C씨가 올해 초 개인파산 절차를 밟아 채무를 면책(면제)받으면서 시작됐다. 빚 독촉의 화살은 고스란히 연대보증인인 딸 B씨에게 향했다. 결혼을 준비하던 A씨와 B씨는 졸지에 5천만원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장모가 파산해도, 보증인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주채무자가 파산하면 빚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증인의 책임은 다르다.
김기윤 변호사는 “주채무자가 파산으로 면책되더라도 보증인의 채무는 그대로 존속한다”며 “파산 절차는 주채무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증인은 여전히 채권자에 대해 상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B씨의 상환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연 48% 살인 이자, 갚을 의무 없다
그렇다면 B씨는 연 48%라는 불법 고금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 금전거래 최고이율을 연 20%로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전부 무효로 본다.
전준휘 변호사는 “원금 5,000만원의 월 최고 이자는 약 83만원임에도 200만원씩 변제했으므로, 월 117만원이 초과이자에 해당한다”며 “이 초과분은 법에 따라 원금을 갚는 데 사용된 것(원금 충당)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21개월간 낸 총액 4200만원 중 법정 이자를 제외한 약 2450만원이 원금을 갚는 데 충당된 것으로, B씨가 갚아야 할 실제 남은 원금은 5000만원이 아닌 2550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증거 확보’ 후 ‘소송’으로 맞서야
문제는 이 모든 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공정증서에는 합법적인 연 20% 이율만 적혀있기 때문이다. 김동훈 변호사는 “실제 초과 이자를 지급했다는 사실은 채무자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월 200만원씩 이체한 금융거래내역, 관련 대화가 담긴 문자나 녹취 등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거가 확보됐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진훈 변호사는 “채권자에게 초과이자를 원금에서 차감한 정산표를 제시하고, 이에 불응하면 내용증명을 발송한 뒤 ‘청구이의의 소(채권자의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를 통해 다투는 절차가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채권자의 불법 이자 수취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이를 근거로 채권자를 압박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A씨와 예비 신부는 법적으로 충분히 싸워볼 만한 상황에 놓였다. 불법인 줄 모르고 성실히 지급한 초과 이자가 오히려 원금을 줄이는 ‘방패’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입증하고 법정에서 권리를 되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혼을 앞둔 이들 앞에 놓인 것은 달콤한 미래 설계도만이 아닌, 차가운 법정 다툼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