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춘재 이어⋯'장기 미제' 인천 아동 성폭행범, DNA로 13년 만에 잡혔다
[단독] 이춘재 이어⋯'장기 미제' 인천 아동 성폭행범, DNA로 13년 만에 잡혔다
'DNA'로 이춘재도 잡아냈지만⋯2020년부터는 DNA법 수혜자 없을 듯
헌법불합치 결정에 법 개정했어야 했지만⋯손 놓고 있던 국회
![[단독] 이춘재 이어⋯'장기 미제' 인천 아동 성폭행범, DNA로 13년 만에 잡혔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2-19T11.24.07.853_279.jpg?q=80&s=832x832)
훤한 대낮에 2명의 아동을 성폭행하고 유유히 떠난 범인. 당시 피해자들은 그의 얼굴을 똑똑히 봤지만, 경찰은 잡지 못했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띵동-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2006년 어느 날 오후 2시 인천의 한 주택가. 홀로 집에 있던 A양(당시 13세)은 의심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한 남성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였다. 집으로 들어온 그는 A양의 입을 틀어막고 도망가려는 A양의 다리를 다리미 전선으로 묶었다. 그리고선 "소리 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이마와 입술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이후 성폭행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지난 2011년 어느 날 오후 3시. 집에 혼자 있던 아동이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 집에서 홀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8세 소녀였다. '악마'는 작은 소녀를 성폭행하기 위해 온갖 끔찍한 일을 벌였다. 기사로 옮길 수 없을 만큼 범행 방식이 잔인했다. '악마'는 소녀의 집에서 150m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훤한 대낮에 피해자 집에 당당히 들어가 끔찍한 악행을 벌이고 유유히 떠난 범인. 피해자들은 그의 얼굴을 똑똑히 봤지만, 경찰은 잡지 못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범인의 정액도 무용지물이었다. DNA가 검출됐으나 일치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를 남긴 두 사건. 그렇게 그들은 '장기 미제 사건'이라는 건조한 이름의 서류철에 들어가 오랫동안 먼지를 먹었다.
'악마' 이모씨는 몰랐겠지만, 그는 거의 잡힐 뻔했었다.
이씨는 첫 번째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후 마약 복용 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2008년부터 1년 6개월간이다. 그가 출소한 건 2010년 초였는데, 불행히도 DNA법이 시행되기 직전이었다.
DNA법은 2010년 7월부터 성폭행범과 마약사범 등에 적용됐다.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DNA를 제출해야 했다. 이씨가 만일 조금만 늦게 출소했더라면, 그도 DNA 정보를 등록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2006년 1차 성폭행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씨는 간발의 차이로 출소했다. 그 결과 이듬해 8세의 아이는 '악마'에게 또 당했다.
이씨는 지난 3월 마약에 한 번 더 손을 댔다. 이번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DNA 채취를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DNA법의 수명이 9개월 정도 남은 상태였던 덕분이다.
이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두 달 뒤, 대검찰청 DNA 감식 결과가 나왔다. 이씨가 2006년과 2011년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그 '악마'로 드러났다.

DNA법은 2010년 7월부터 성폭행범과 마약사범 등에 적용됐다. 마약 사범으로 잡힌 이씨의 DNA가 2006년과 2011년 아동 성폭행을 저지른 용의자와 일치했다. 해당 이미지는 사건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던 이씨가 경찰에 붙잡힌 건 이번에도 마약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9월 마약 투약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에 두 건의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송승훈 부장판사)는 이씨에게 징역 4년 6개월(A양 사건), 징역 11년(B양 사건)을 선고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씨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확률은 10의 16승분의 1이라고 했다.
늦었지만, DNA법이 밝혀낸 범죄였다.
하지만 DNA법의 수혜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위기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DNA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DNA법 8조(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에서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는 '정식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절차를 따로 마련하라는 취지였다.
보완 시한은 2019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이때까지 개정을 하지 않으면 법률의 효력이 사라지니 개정을 꼭 해라"고 했다. 법 개정의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한 보통 헌재는 이런 식으로 시한을 걸어놓는다.
그런데 국회가 일을 하지 않으면서 DNA법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시한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정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