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치 않은 성관계에 맨발로 벗어난 여성⋯그래도 법원은 "강간 무죄"
[단독] 원치 않은 성관계에 맨발로 벗어난 여성⋯그래도 법원은 "강간 무죄"
지인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합석한 남녀, 모텔에서 성관계
여성이 거부 의사 표현했지만⋯법원, 종합적으로 봤을 때 "강간 아니다"
법원이 무죄로 판결 내린 근거 '종합적인' 상황, 무엇이었을까?
![[단독] 원치 않은 성관계에 맨발로 벗어난 여성⋯그래도 법원은 "강간 무죄"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1-20T18.46.21.946_815.jpg?q=80&s=832x832)
자신의 옷을 벗기려는 남성에 저항했고 성관계가 이뤄진 직후엔 맨발로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이런 점을 다 인정하고서도 강간은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술자리에서 웃으며 윙크했다는 사실을 '강간 무죄'의 근거로 제시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함께 있었으니 그 이후에 벌어진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옷을 벗기려는 남성에게 저항했고 성관계가 이뤄진 직후엔 맨발로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재판부는 이런 점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서도 '강간으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영남의 한 대도시에서 벌어졌다. 김모(35⋅무직)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피해 여성(20) 일행을 만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와 피해 여성은 과거 2번 정도 본 적 있는 사이였다. 두 일행은 테이블을 합쳐 술을 마셨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여러 진술을 종합해볼 때 술자리 분위기는 좋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증인은 "서로 웃으며 대화했고 피해 여성이 피고인 김씨에게 윙크를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법원에 제출된 CC(폐쇄회로)TV에는 피해 여성이 장난치듯 김씨의 어깨를 치는 장면도 있었다.
술자리가 파한 뒤 김씨는 피해 여성과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 여기서 피해 여성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일어났다.
재판부는 모텔에 피해 여성이 자발적으로 간 점부터 의아하다고 보았다.
사건이 발생한 모텔은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김씨가 하룻밤 묵기 위해 잡은 곳이었다. 피해 여성은 "김씨를 데려다주기 위해서 모텔 방 앞까지 갔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을 다르게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여성보다 약 15살 많은 건장한 남성"이라며 "데려다주려고 했으면 카운터나 다른 곳에서도 헤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찍힌 모텔 CCTV에서 피고인 김씨가 피해 여성을 잡아끄는 듯한 모습이 나왔지만, 재판부는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피해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한 사실이 있다는 점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피고인 김씨가 피해 여성 바지를 벗기려고 했을 때 피해 여성이 거부했고, 성관계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는 점도 사실로 확정했다.
하지만 김씨가 이 여성의 거부를 제압할 정도로 힘을 쓴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했는데, 그 정도로 행동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피해 여성이 방을 나가려고 했을 때 김씨가 막지 않았다는 점도 "김씨가 어떤 힘(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로 사용됐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사건 직후가 아니라 8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한 점도 무죄 판단의 간접 정황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사건 당시 경찰이나 모텔 카운터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피해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경찰이 아니라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가게 사장님에게 연락했다.
재판부는 정말로 강간이었다면 경찰에 곧장 신고했을 거라는 취지로 판결문을 작성했다. 이번 사건 피해 여성이 '이상적인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가 무죄의 간접 정황으로 판결문에 남긴 것 중에는 "피해자가 술자리에서 웃으며 (피고인에게) 윙크를 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그 밖에도 김씨가 피해 여성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을 무죄 판결문에 남겼다.
성관계하던 김씨가 피해 여성의 우는 모습을 보고 "하지 말까?"라고 물어본 뒤 행위를 중단했다는 점, 사건 이후 피해 여성에게 "내가 착각한 거냐. 표현이 잘못됐다면 고치겠다"고 연락을 한 점을 고려했다.
최종적으로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김씨에게 강간 무죄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