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용서, 평화"가 우리 형사제도의 궁극적 목표 될 수 있을까
"대화, 용서, 평화"가 우리 형사제도의 궁극적 목표 될 수 있을까
임수희 부장판사, 24일 오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서 강연
회복적 사법의 핵심은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것”
경찰청 “2020년 회복적 경찰활동 전국 관서 시행 목표”
임수희 부장판사가 24일 오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층 강당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사진 제공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더 이상 용서를 구할 수 없고 용서를 받을 수도 없다는 것, 그것이 저에게 지옥이었습니다.”
2018년 개봉하여 천이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강림(배우 하정우)이 염라대왕 앞에서 고백하는 내용인데요. 자신에게 주어진 천년이라는 속죄의 시간이 지옥과 같았던 이유는 “나를 용서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이상 용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24일 오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경찰단계에서의 회복적 사법’을 주제로 강연을 한 임수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부장판사는 “강림의 이 대사에 회복적 사법의 핵심이 들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우리 국민 정서가 범죄자에 대해 엄한 처벌만을 원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일, 그럼으로써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기 원하는 심리 또한 우리 국민 정서에 크게 부합한다”는 시각을 보였습니다.
‘회복적 사법’이란 하나의 개념이라기보단 프로세스, 즉 과정이고 절차라는 게 임수희 부장판사의 설명입니다. 이는 UN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통설인데요.
2000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발의하고 2002년에 채택된 ‘형사 사건에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에 관한 기본 원칙’ 제3조에서는, 회복적 사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회복적 프로세스란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또는) 그밖에 범죄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또는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 함께, 공정하고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범죄로부터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회복적 사법을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로는 “대화, 이해, 치유, 용서, 사과, 회복, 평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언뜻 듣기에 엄정한 권력기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입니다.
하지만 전향적이게도 우리 경찰은 2020년 ‘회복적 경찰활동’의 전국 관서 확대 시행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회복적 경찰활동 실천모델’을 개발, 4월 말부터는 회복적 경찰활동 시범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시범운영 실시와 더불어 4월부터 10월까지 ‘회복적 경찰활동 연구용역’도 실시한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회복적 훈방 및 현장 매뉴얼 등을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날 임 부장판사의 강연을 마련한 최해영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실질적으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은 경찰활동 전반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이것을 공식화하고 체계화하려는 단계에 와 있는데, 오늘 임수희 부장판사님의 강연이 우리 조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경찰-검찰-법원-교정기관’으로 이어지는 사법절차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는 경찰 단계에서의 회복적 사법의 구현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더욱 많이 받고 있는 경찰이 앞장서서 회복적 경찰활동을 보편화한다면, 우리 사법제도 전반이 크게 개선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2013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근무 당시 형사재판 회복적 사법 시범실시사업의 주무를 담당한 이래로 현재까지 강연, 기고 등의 형태로 회복적 사법 전파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청 회복적 경찰활동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